한화 카펜터. 스포츠동아DB
한화는 6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1-2로 분패했다. 4일 KT 위즈와 첫 경기(2-3패)에 이어 또 한 점 차 패배였다. 여기에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두 번째 경기 만에 퇴장당하는 등 여러 모로 아쉬운 경기였다.
물론 수확도 있었다. 가장 큰 낱알은 5.1이닝 3안타 2볼넷 9삼진 1실점으로 호투한 선발투수 카펜터였다. 3회말 2사 2루에서 최지훈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장면을 제외한다면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다.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스트라이크와 볼 비율이 비슷한 게 문제였는데 이날은 전체 91구 중 57구(62.6%)가 스트라이크였다.
잡아낸 아웃카운트의 절반 이상이 탈삼진이었다. 추신수, 한유섬, 최주환 등 좌타자들은 물론 최정, 제이미 로맥 등 우타자 상대로도 몸쪽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구사한 결과다. 9개의 삼진 중 7개의 결정구가 슬라이더였다. 단순히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트라이크존 구석에 꽂아넣으며 선 채로 삼진 처리하는 장면은 카펜터의 공격성과 포수 이해창의 적극적인 리드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한화 외국인투수 데뷔전 최다 탈삼진 신기록도 이날 나왔다. 종전 기록은 키버스 샘슨(2018년 3월 24일 고척 넥센전)과 채드벨(2019년 3월 24일 잠실 두산전)의 8탈삼진인데 카펜터가 하나 늘렸다. 아직 날이 풀리지 않아 구속이 100%가 아니고, 리그 적응기도 필요하다는 걸 감안하면 데뷔전서부터 9개의 삼진을 뺏은 카펜터의 위용을 알 수 있다.
카펜터의 탈삼진 능력은 이미 시범경기에서부터 검증을 마쳤다. 카펜터는 시범경기 2차례 등판해 8.2이닝을 던지며 3안타 2볼넷 무실점했는데, 탈삼진이 무려 16개였다. 단순히 환산하면 9이닝당 16.6개의 삼진을 잡았다는 의미다. 시범경기 결과라 크게 신뢰할 수 없던 것도 사실인데, SSG 강타선을 상대로도 삼진 능력이 건재함을 보여줬다.
카펜터는 대만프로야구(CPBL) 출신이다. 하위리그 출신이라 의문부호가 달렸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난해부터 KBO리그 팀들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았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물론 이제 막 첫 경기를 마쳤을 뿐이다. 한화를 제외한 9개 구단에서 현미경을 들이밀며 카펜터의 패턴과 장단점을 분석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9개 팀과 한 번씩 맞붙은 뒤에야 진짜 실력이 나올 것이라는 보수적인 시각이 아직은 힘을 얻는다. 다만 확실한 장점이 있는 선수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카펜터에게는 탈삼진 능력이 그 무기가 될 전망이다.
인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