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의 힘’ 입증한 경마 스포츠 부전자전

입력 2021-04-15 1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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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스포츠 스타의 2세가 부모 못지않은 활약을 펼칠 때 자주 꺼내는 말이다. ‘혈통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경마에서는 더욱 이 말이 실감난다. 남다른 DNA의 힘은 경주마들에게도 유효하다.

2014년 5월 10일 서울 경마공원에서는 상징적인 경주가 열렸다. 경주에 출전한 경주마들의 이름이 ‘부전자전’과 ‘아비처럼’인 것에서 알 수 있듯 내로라하는 씨수말의 자마들이 맞붙었다. 아비처럼은 외국에서 수입한 최강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였고, 부전자전은 국내 첫 삼관마 제이에스홀드의 자마였다. 경주 전에는 메니피의 명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비처럼의 인기가 높았으나 결과는 달랐다. 국내 씨수말의 자마인 부전자전이 우승했다. 경마에서 혈통의 상징성과 함께 국산 씨수말의 높아진 경쟁력을 보여준 일화이다.

2대에 걸친 경주능력, 국산 종마 가능성 보여줘


최근 주목받는 국산 씨수말과 자마 부자는 ‘지금이순간’과 ‘심장의고동’이다. 지금이순간은 2012년 코리안더비와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를 우승하며 최강 3세마로 불렸다. 다음해 그랑프리 준우승 등 주요 대상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뒤 2014년 씨수말로 전환했다. 심장의고동은 지금이순간이 2016년 배출한 자마다. 심장의고동이 2019년 코리안더비에 출전했을 때 한국경마 최초로 ‘부자 동반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다. 심장의고동은 아쉽게도 이 경주에서 준우승에 그쳤으나, 이후 일간스포츠배(L, 1800m)에서 우승하며 국산 씨수말 자마로는 최초로 대상경주에서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주요 씨암말도 뛰어난 자마를 배출하고 있다. ‘우승터치’는 2011년 코리아오크스와 2013년 뚝섬배를 우승한 최강 암말이다. 2012년 그랑프리에서도 준우승을 거머쥐며 수말 못지않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씨암말로 전환해서는 지난해 KRA컵마일과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를 우승한 자마 ‘터치스타맨’을 배출했다.



모녀 경주마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코리안오크스를 우승한 ‘싱그러운’의 자마 ‘우아등선’은 2014년 동아일보배, 농협중앙회장배에서 승리했다. 2007년 KRA컵클래식 등을 우승했던 ‘포킷풀어브머니’의 자마 ‘매니머니’도 2017년 동아일보배를 우승했다.

씨수말, 씨암말 환류는 지속적인 말산업 성장의 기틀
경마산업은 경주마의 생산과 육성, 경주를 통한 능력검증과 우수한 종마자원의 선발, 우수한 자마 생산이라는 순환체계가 맞물리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수한 종마’라 할 수 있다. 우수한 국산 경주마를 선발하고, 선발된 경주마가 씨수말, 씨암말이 되어 더욱 우수한 자마를 생산한다.

국산 경주마들의 수준이 외산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되면 우리 경주마 생산농가들 역시 외국으로 경주마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우수한 씨수말의 경우 ‘교배료’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씨수말 중 가장 높은 교배료는 아일랜드 출신의 ‘갈릴레오’로 1회 교배료가 60만 유로(약 8억 원)로 알려져 있다. 씨수말은 보통 1년에 100회 가량 교배할 수 있기에 연간 교배료 수익만 800억 원이 된다. 역사적으로 가장 높았던 교배료는 캐나다 출신의 전설적인 명마 ‘노던댄서’의 100만 달러(약 11억2000만 원)다.

이에 비해 국내 최고 씨수말 중 하나인 ‘엑톤파크’의 1회 교배료는 12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유명 씨수말들에 비하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우수 경주마의 종마 환류를 통한 경마산업의 순환체계에는 1차, 2차, 3차 산업이 복합되어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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