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 9회말 2사 1, 3루 삼성 강민호가 역전 2타점 2루타를 쳐낸 뒤 환호하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삼성은 1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3-1 역전승을 거두고 단독선두를 지켰다. 선발 매치업은 이승민(삼성·4이닝 1실점)과 케이시 켈리(LG·7이닝 무실점)로 이름값과 결과 모두 차이가 뚜렷했지만, 뒷심에서 LG를 앞섰다.
삼성은 켈리에게 꽁꽁 묶였다. 7회까지 2안타 1볼넷을 얻은 게 전부였다. LG 불펜이 가동된 8회초에도 출루에 실패하며 그대로 분위기를 내줬다. LG의 8회말 공격이 끝나고 잠실구장에는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1-0으로 앞선 가운데 LG 마무리투수 고우석의 등장이었다. 고우석은 앞선 14경기에서 1패8세이브, 평균자책점 0.66으로 완벽에 가까웠다.
고우석은 9회초 선두타자 김상수를 투수 땅볼로 처리했다. KBO리그 공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하는 삼성의 승리 확률은 10.3%까지 떨어졌다. 여기서 반전이 시작됐다. 삼성은 구자욱의 볼넷과 호세 피렐라의 우중간 안타로 1사 1·3루 찬스를 만들었다. 경헌호 투수코치가 고우석을 진정시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고우석은 오재일을 삼진으로 솎아내며 불을 끄는 듯했다. 이 순간 삼성의 승리 확률도 16.5%에 불과했다.
해결사는 야수 최고참 강민호였다. 볼카운트 1B-2S로 불리한 상황에서 고우석의 154㎞ 속구를 받아쳤고, 타구는 중견수 신민재의 다이빙을 피해 담장까지 굴러갔다. 주자 2명 모두 득점. 강민호의 2타점 2루타로 역전한 삼성의 승리 확률은 79.9%까지 올라갔다. 삼성은 이원석의 적시타까지 보태 3-1로 리드를 벌렸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이 2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삼성은 LG와 3연전 직전까지 LG를 포함한 공동 2위 그룹에 2.5경기차로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14, 15일 LG에 잇달아 패해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만약 이날 패했더라면 선두자리를 내주는 것은 물론 분위기까지 처질 뻔했다. 그 순간, 강민호가 힘을 냈다. ‘명가’ 삼성의 저력이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