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7실점·2연패’ 위기의 전북, ‘위닝 파워’ 장착한 울산…올해는 다르다

입력 2021-05-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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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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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가 펼치는 K리그1(1부) ‘왕좌의 게임’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정상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며 ‘만년 2인자’의 이미지가 강한 울산이 ‘전북 울렁증’을 말끔히 씻어냈기 때문이다.

울산은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전북을 4-2로 격파했다. 2019년 5월 12일 2-1 승리 후 2년간 지속된 무승 행진(3무4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8승6무2패, 승점 30의 울산은 3월 16일 정규리그 5라운드 이후 65일 만에 선두를 탈환했다. 반면 최근 5경기 연속 무승(3무2패)의 부진에 빠진 전북(8승5무2패·승점 29)은 2위로 밀려났다.
울산의 소득은 더 많다. 원인도, 실체도 파악하기 어려웠던 ‘전북 포비아(공포증)’를 확실히 털어낸 점이다. 2005년 이후 맥이 끊긴 리그 정상을 목표로 순항하다가도 전북만 만나면 꼬리를 내리곤 했던 울산이다.

최강희 감독(상하이 선화)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이 전북을 이끈 시기에도 줄곧 발목을 잡혔다. 시즌 내내 치열하게 경합하다도 결국 전북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울산으로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반복됐다.

그러나 사령탑이 바뀌고 맞이한 올 시즌의 분위기는 다르다. 울산은 시즌 상대전적에서 1승1무로 전북을 앞선다. 각급 대표팀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쌓고 행정가로도 활동한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 울산에 단단한 뒷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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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기가 증명했다. 선제골을 넣은 뒤 내리 2실점하면서 악몽이 되풀이되는 듯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2-2 동점으로 하프타임을 맞았고, 후반 2골을 뽑아 짜릿한 밤을 만들었다. 앞선 수원 삼성과 홈경기에서도 0-1로 뒤지다 후반 막판 균형을 맞췄다. 홍 감독은 “울산에 힘이 생겼다. 이젠 전북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다. 전북을 만나도 자신 있게 싸울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당연히 전북은 후유증이 크다. 앞으로 울산을 만날 때 심리적으로 쫓기는 쪽은 그들 자신이다. 현재 순위가 이어지면 올해 ‘현대가 더비’는 2번 더 열린다. 바뀐 판도 속에서 부담과 압박을 받으며 뛸 경기는 고통스러운 법이다.

최 감독과 모라이스 감독을 코치로 보좌하고 올 시즌 전북 지휘봉을 잡은 김상식 감독 역시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전북은 수원에 1-3으로 패한 직후 울산에 또 무너졌다. 전·현직 국가대표로 구성된 수비진은 번뜩이는 수원과 울산의 영건들을 따라가지 못해 홈 2경기에서 무려 7골이나 내줬다. 또 전술 구상, 용병술 등 벤치의 선택과 대응도 항상 늦었다. 과거 최 감독은 “우승하려면 라이벌은 잡고, 연패도 피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오랜 시간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린 전주성을 ‘영건의 놀이터’로 바꿔준 현재의 전북은 정반대다.

다만 우승 경쟁에서 크게 뒤진 상황은 아니다. 덜 치른 경기를 잡으면 금세 선두를 탈환할 수 있다. 지난해에도 2연패(8월 30일 강원FC 홈, 9월 5일 성남FC 원정)를 했지만 정상에 섰다. 아직 리그가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점이라 반전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 감독은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국내 최고의 축구 실력자들이 정신무장까지 단단히 하면 무서울 것은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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