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11개월 미켈슨, ‘역대 최고령 메이저 우승’ 새 역사를 쓰다

입력 2021-05-24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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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켈슨.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베테랑 필 미켈슨(51·미국)이 ‘역대 최고령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그와 동시대를 걸어온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도 “미켈슨이 만 50세의 나이로 다시 우승하는 것을 보다니 정말 감동적이다. 축하한다”며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미켈슨은 24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인근의 키아와 아일랜드 골프리조트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올 두 번째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총상금 1200만 달러·135억3000만 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6개로 1타를 잃었다. 하지만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기록하며 공동 2위 브룩스 켑카(미국)와 루이 우스트히즌(남아프리카공화국·이상 8언더파)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216만 달러(24억4000만 원)를 손에 넣었다.

1970년 6월생으로 만 50세 11개월인 미켈슨은 줄리어스 보로스(미국)가 1968년 PGA 챔피언십 우승 때 세웠던 48세 4개월의 메이저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 치웠다. 50세가 넘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첫 선수인 미켈슨은 일반 PGA 투어까지 포함해 50세가 넘어 우승한 7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PGA 투어 첫 승 후 30년이 지난 뒤 재차 우승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아마추어 신분이던 1991년에 PGA 투어 첫 우승을 달성했고, 30년이 지난 올해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통산 45승을 거둔 미켈슨이 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2019년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 이후 2년 3개월 만. 2004년 마스터스를 시작으로 2005년 PGA 챔피언십, 2006년과 2010년 마스터스, 2013년 디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던 미켈슨은 16년 만의 PGA 챔피언십 패권 탈환이자 8년 만에 메이저 왕좌에 복귀하며 개인 통산 메이저 6승이란 값진 기록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이번 우승으로 6월 예정된 US오픈 자력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이 대회에 앞서 세계랭킹 115위였던 미켈슨은 US오픈 자력 출전이 어렵다고 보고 특별 초청을 받아들였지만, 이번 우승으로 자동 출전권을 확보했다. US오픈은 다른 메이저대회 우승자에게 5년 동안 출전을 보장한다. 6번 준우승을 차지한 US오픈은 미켈슨이 정복하지 못한 유일한 메이저 대회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도 32위로 올라 약 2년 만에 50위 이내로 복귀했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서 나선 미켈슨은 강한 바람과 험난한 코스 세팅에 고전했다. ‘메이저 사냥꾼’이라 불리는 스무살 아래 켑카와 동반 플레이를 펼친 그는 1번(파4) 홀에서 보기를 하고, 켑카가 버디를 잡아 선두 자리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2번(파5) 홀에서 1타를 줄인 미켈슨은 더블보기로 뒷걸음질 친 켑카를 따돌리고 다시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전반 9개 홀에서는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그러나 17번(파3) 홀에서 티샷이 깊은 러프에 빠지자 무리하지 않고 안전한 탈출을 선택해 보기로 막는 등 노련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18번(파4) 홀에선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벗어났지만 세컨 샷을 그린에 올려 파로 막고 2타 차 승리를 완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은 관중을 입장시킨 이날 18번 홀 그린 주변은 마스크를 벗은 약 1000명의 관중이 고함을 지르며 미켈슨을 응원하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팬들에게 미소와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미켈슨은 “믿어지지 않는다.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막상 우승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현실적으로 이번 우승이 나의 마지막 우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장면의 하나가 될 것이다. 내 우승이 다른 나이든 선수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체력과 경기력을 유지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그린 밖에서 기다리다 축하 인사를 건넨 욘 람(스페인)은 “여전히 함께 연습하고 경쟁하는 그를 존경한다”고 밝혔고, 교통사고 후 재활 중인 우즈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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