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좋은 요리는 좋은 재료부터! 1년 300일 외근하는 LG 뎁스 공신들

입력 2021-06-04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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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백성진 스카우트 팀장. 목동|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1년 365일 중 300일은 외근. 같은 구단 소속임에도 몇 달 만에 만나 어색한 직원까지 있다. 아마추어 야구에 관심을 쏟는 프런트 오피스 수장을 설득하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무기들을 수집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고생’이다. 이들이 발로 뛰어 수집한 무기들은 보석이 돼 LG 트윈스 최강 뎁스를 구축했다. LG 스카우트팀이 오늘도 잠실구장을 떠나있는 이유다.

전쟁의 시작? 전쟁터가 목동으로 바뀐 것!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이 1일부터 2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KBO리그 10개 구단 스카우트에게는 전쟁터가 펼쳐진 셈이다. 하지만 일과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 대회가 없다면 아마추어 야구부의 훈련장, 연습경기장으로 다니던 스카우트들이 목동구장과 신월구장으로 나눠져 이동할 뿐이다.

LG 스카우트팀은 백성진 팀장(53) 이하 5명으로 구성돼있다. 하나같이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베테랑’ 백 팀장과 정성주 책임이 중심을 잡고 20년 가까이 전력분석 업무를 수행한 이성준 책임, 2군 매니저로 15년 이상 근무하며 유망주들을 가장 먼저 접해온 임형길 스카우트가 아마추어 현장을 누빈다. 여기에 조윤채 스카우트는 지방에 상주하며 전라·경상권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평가 및 분석한다.

LG 트윈스 백성진 스카우트 팀장. 목동|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조언은 물론 터치조차 절대 금물

드라마 ‘스토브리그’에는 열정 넘치는 양원섭 스카우트(윤병희 분)가 등장한다. 그는 아마추어 야구장을 발로 뛰며 학교 야구부 코칭스태프와 언쟁을 펼치거나,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건넨다. 현실에서는 ‘절대금물’이다. 백 팀장은 “야구계 선배로서 ‘이런 부분을 채운다면 더 좋아지겠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내가 이걸 고친다면 이 팀에서 날 데려갈까’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해서는 절대 안 될 말이다. 선수들 몸 한 번 만지는 것도 사전 접촉으로 보일 수 있으니 조심한다”고 설명했다.

철칙은 ‘특장점’이다. 야수 중 5툴 플레이어, 투수 중 구속과 제구를 모두 갖춘 사례는 손에 꼽는다. 이들을 제외하면 결국 한두 가지의 장단점을 두루 갖고 있다. 백 팀장은 “단점을 중점적으로 보면 그걸 고치려다 장점이 줄어든다. 그런 실패 사례가 수두룩하지 않나”라고 반문한 뒤 “이제는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생각 중이다. 다행히 지금 코칭스태프들 모두 장점을 보고 그걸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LG 이정용(왼쪽)-정우영. 스포츠동아DB

노력에 행운까지 더해진 성공사례

백 팀장 체제에서 LG 스카우트는 숱한 유망주들을 얻었다. 투수 정우영, 이정용, 이민호, 이상영, 김윤식, 야수 문보경, 이주형, 손호영 등은 올 시즌에도 1,2군에서 LG 뎁스를 살찌우고 있다. 같은 기간 이렇게 많은 유망주들이 1군에서 활약하는 케이스도 드물다.

행운도 따랐다. 백 팀장은 “(정)우영이는 못 뽑을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LG는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이상영을 2차 1라운드에 지명했다. 한 바퀴를 도는 사이 타 팀에서 정우영을 뽑을 거로 생각했지만 LG까지 순서가 왔다. 백 팀장은 “그 자리에서 환호성을 지를 만큼 기뻤다”고 돌아봤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김윤식, 2라운드 이주형을 지명한 것도 비슷한 행운이 따랐다.

백 팀장은 추가로 2018년 1차지명자 김영준을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김영준은 데뷔 첫해 14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한 뒤 군 복무를 했다. 최근 전역했고 5월 24일 2군에 합류했다. 백 팀장은 “몸을 잘 만들어서 가진 기량을 다 보여준다면 분명 팀에 도움이 될 선수”라고 평가했다.

“처음부터 틀어지면 고치기 어렵다”
과거 일부 구단 코칭스태프는 유망주의 성장이 더디면 스카우트팀에 책임을 전가했다. 일종의 면피 발언인데, 스카우트팀 입장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비전보다 당장 한두 해 활약 가능성만 보고 뽑는다면 팀의 미래도 사라진다.

LG 수뇌부 역시 이를 알고 있다. 이규홍 LG 스포츠단 사장은 “스카우트팀이 LG 야구의 ‘처음’이다. 처음부터 틀어진 걸 중간, 끝에서 바꾸기는 힘들다.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며 팀원들을 격려했다. 목동구장을 자주 찾는 등 아마추어 야구에 관심이 많은 차명석 단장 역시 스카우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한다. 때문에 지명 과정에서 자신을 납득시킬 만한 확실한 근거를 주문한다. 스카우트 팀에서 더 자주 야구장에 나가 최대한 많은 선수들의 표본을 쌓을 수밖에 없다. 차 단장은 “모든 직원들이 고생하지만 특히 스카우트팀을 생각하면 정말 미안하다”며 “그들의 노력 덕분에 좋은 유망주들이 많이 쌓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좋은 요리는 좋은 재료부터. LG가 구단 차원에서 강조하는 기조다. 1년에 300일씩 외근하는 스카우트팀이 오늘도 발에 땀나도록 뛰는 이유는 잠실까지 특급 재료를 배송하기 위해서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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