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현장] ‘안녕, 유비!’ 기쁨과 먹먹함이 공존한 그곳, 유상철도 함께 있었다

입력 2021-06-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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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기도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조별리그 한국과 스리랑카의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故 유상철 감독을 기리는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고양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하나의 관문을 무사히 넘어섰다는 기쁨, 한국축구의 황금기를 열어준 영웅과의 이별이 빚은 먹먹함이 함께 뒤섞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과 스리랑카의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5차전이 열린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였다. 이틀 전(7일) 췌장암 투병 끝에 우리 곁을 떠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향한 그리움이 경기장 곳곳, 그리고 매 순간 느껴졌다.

2차례의 월드컵(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을 비롯한 A매치 통산 124경기에서 18골을 기록하며 한국축구의 간판으로 활약한 고인은 인천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9년 11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우는 동안에도 늘 축구와 함께 있었다. 가슴 아픈 소식이 전해진 뒤 월드컵 2차 예선을 주관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과 협의를 거친 대한축구협회(KFA)는 스리랑카전에서 유 전 감독을 추모했다. 태극전사들은 유니폼 소매에 검은색 암밴드, 벤투 감독 등 코칭스태프 및 지원스태프는 가슴에 검정색 리본을 부착했다.

9일 경기도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조별리그 한국과 스리랑카의 경기에 앞서 붉은악마들이 故 유상철 감독을 기리는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고양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경기장 안팎의 풍경과 공기도 평소와는 많이 달랐다. 축구대표팀 공식 응원단인 ‘붉은악마’가 위치한 스탠드에는 ‘그대와 함께한 시간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문구의 추모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국화꽃 66송이를 부착한 현수막도 게시됐다.

킥오프 직전에는 전광판을 통해 유 전 감독의 국가대표 시절 활약상을 담은 헌정 영상이 공개됐는데, 스리랑카 선수단도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빛낸 축구영웅의 모습을 지켜본 뒤 이어진 추모 묵념에 적극 동참했다.

9일 경기도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조별리그 한국과 스리랑카의 경기에서 한국 김신욱이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故 유상철 감독의 등번호가 적힌 유니폼을 들고 추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양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떠들썩한 응원은 없었다. ‘붉은악마’는 유 전 감독의 등번호(6번)를 추모하는 의미로 전반 킥오프 후 6분 동안 응원전을 펼치지 않기로 했으나 “대~한민국” 고유 리듬을 탄 북소리가 처음 울린 시점은 18분이 흐른 뒤였다.

태극전사들의 골 세리머니도 차분했다. 전반 14분 남태희(알 사드)의 헤더 패스를 선제골로 연결한 김신욱(상하이 선화)은 한국 벤치로부터 건네받은 고인의 이름과 등번호를 새긴 대표팀 유니폼을 동료들과 함께 들어 보이며 추모에 동참했다. 전반 22분 이동경(울산 현대), 전반 42분 김신욱의 추가골이 계속 이어졌지만 떠들썩한 웃음 대신 담백한 세리머니가 거듭됐다.

고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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