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리포트] 2021년 6월 16일, KIA 이의리의 ‘생애 가장 완벽했던 하루’

입력 2021-06-16 22: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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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의리.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20년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생일입니다.”

2021년 6월 16일. KIA 타이거즈 좌완투수 이의리(19)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이다. 프로 데뷔 후 처음 맞는 생일에 도쿄올림픽 야구국가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태극마크의 기쁨이기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이에 그치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투구수까지 경신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했던 하루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16일 광주 SSG 랜더스와 더블헤더 제1경기에 앞서 “(대표팀 발탁은) 이의리에게 굉장히 큰 생일선물”이라며 “대표팀에 좌완투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다. 베테랑과 젊은 피 사이에서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안다. 이의리에게는 환상적 경험이 될 것이고, 정말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의리는 올해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KIA의 1차지명으로 입단한 유망주다. 첫해부터 1군 10경기에 등판해 2승2패, 평균자책점(ERA) 4.50의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신인왕 후보로 부상했다. 신인투수에게 선발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맡기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윌리엄스 감독의 선택도 대표팀에 발탁된 요인 중 하나다.

윌리엄스 감독은 “나는 올림픽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미국)대표팀 유니폼을 입어봤다”며 “내 나라를 위해 뛸 수 있다는 사실이 영광스러웠다. 소속팀과 태극마크 유니폼의 차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의리에게는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느껴야 한다.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굉장히 특별한 일이니 즐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더블헤더 제1경기의 완패(1-10)로 팀 분위기가 다소 처진 상황. ‘루키’ 이의리의 어깨는 그만큼 무거웠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를 완전히 불식하며 5.2이닝 동안 1안타 2볼넷 10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팀의 2-0 승리를 이끌고 3승(2패)째를 따냈다. 10개의 삼진은 4월 2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기록한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이기록이었고, 106개의 투구수는 종전 96구(5월 27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를 넘어선 최다기록이었다. ERA도 4.50에서 4.04로 끌어내렸다.

이날 이의리는 최고구속 151㎞의 직구(61개)와 체인지업(25개), 슬라이더(12개), 커브(8개)를 골고루 섞었고, 22명의 타자를 상대로 14차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며 카운트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2점의 살얼음판 리드와 야수들의 실책 2개, 타구에 맞아 부상을 당한 윤태수 주심이 오훈규 주심으로 교체되는 등의 다소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한 점이 특히 돋보였다.

이의리는 학창시절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된 경험이 없다. 그러나 프로 데뷔 첫해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태극마크를 달고 선다. 그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이의리는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 예상 못했던 일”이라며 “아직 많이 부족한 데도 불구하고 대표팀에 뽑아주셔서 감사드린다. 열심히 해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겸손하게, 많이 배운다는 자세로 모든 것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기 후에도 “마운드에 올랐을 때는 대표팀 관련 생각은 안 했다”며 “공격적인 투구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에 가선 그저 경기에만 나가도 행복할 것 같다. 20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생일”이라고 활짝 웃었다.

광주|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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