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런던4강 김형실 감독, 특별한 올림픽을 말하다

입력 2021-07-08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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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배구대표팀이 6일부터 충북 진천의 선수촌에서 합동훈련에 돌입했다. 결전의 장소로 떠나기에 앞서 팀 전력을 끌어올릴 마지막 기회다. 올림픽은 지구촌 젊은이들의 최대 축제이자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4년마다 벌어지는 그 무대를 위해 많은 국가가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자국 팬들은 응원을 보낸다. 이런 피상적인 내용 외에도 올림픽은 다른 대회와 차별화되는 것들이 많다. 감독의 입장에서 보자면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하고 결과에도 무한책임을 지는 두려운 대회다. 2012런던올림픽에서 한국여자배구의 4강을 이끈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에게 왜 올림픽이 특별한지 물었다.




-올림픽 배구경기가 세계선수권이나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같은 배구경기지만 전혀 다르다. 올림픽은 전국체전과 비슷하다. 일반대회는 한 종목만 하지만 종합대회는 다른 종목 선수들과 함께 지낸다. 올림픽은 전 세계의 다양한 종목의 수많은 젊은 선수들이 모이다보니 축제 같다. 선수촌에서 젊은 선수들이 지내다보면 에피소드도 많이 생긴다. 모르던 선수들끼리 만나서 친구가 되고 커플도 생긴다. 그래서 자칫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면 선수들의 집중력은 떨어진다. 우리 선수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연금이 걸려 있는 중요한 대회다. 긴장할 수밖에 없다. 많은 것이 다른 대회다.”


-이런 종합대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체력관리다. 하루 걸러서 남자부와 여자부 경기가 열린다. 피로 회복할 시간이 부족하다. 런던대회 때도 선수들에게 비타민C를 하루에 몇 개씩 먹게 했지만 체력이 회복되지 않아서 갈수록 힘들었다. V리그 경기 때처럼 하루 경기하고 3~4일 쉬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쉬는 날 하루 동안에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준비시간이 짧다. 한마디로 후다닥하다보면 대회가 끝난다. 이미 지난 경기에 미련을 둘 수도 없다.”




-이런 방식이라면 플레이 스타일도 달라지는가.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8강전부터는 녹다운 방식이다. 지면 끝이다. V리그처럼 이번에 져도 다음이 있지 않다. 무조건 오늘 이 경기를 이겨야 한다. 부담이 훨씬 크다. 그래서 경기 자체도 익사이팅 하다. 심판도 상대팀 선수도 모두 긴장하고 경기에 몰입한다. 세계최고의 선수들이 모이기 때문에 수준 높은 경기가 벌어진다. 여유를 부릴 짬이 없다. 경기시간도 들쭉날쭉 한다. 그래서 이런 경기일수록 노련하고 경험 많은 선수가 필요하다.”


-넓은 선수촌에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따로 떨어져 지내면 관리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선수촌 숙소는 남자와 여자가 따로 쓴다. 여자 선수들은 다른 종목 선수들과 함께 지내는데 숙소에서 그 선수들과 어울릴 수도 있다. 게다가 선수촌 식당이나 웨이트트레이닝 장에 가면 각국에서 온 유명한 선수들도 만나고 다양한 각국의 음식도 맛볼 수도 있다. 한마디로 화려한 네온사인이 주변에 반짝이는 산만한 환경이다. 자칫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면 설렁설렁해지고 네온사인만 구경하다 오게 된다. 베테랑 선수들은 스스로 몸과 마음을 컨트롤 해 산만한 분위기에서도 잘 적응하고 집중하지만 어린 선수들은 코트적응만 하다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코칭스태프에게는 선수관리가 가장 힘들고 중요하다.”


-그렇다면 선수들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축구처럼 협회의 지원이 좋은 종목은 아예 선수촌 밖에서 선수들이 지내도록 한다. 집중력을 높여줄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배구는 그렇게 못하지만 최대한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두가 도와야 한다. 베테랑들은 훈련 뒤 자유 시간 때도 몸 상태를 살펴보고 피곤하면 쉰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이 여기저기를 구경하러 다니면 몸이 피곤해진다. 어영부영하다 대회를 마치지 않도록 정신무장을 잘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감독은 관리, 선수는 집중과 피로회복이다. 꿈의 무대이기에 우리 선수들이 잘 할 것으로 믿고 응원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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