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14좌 완등’ 장애산악인 김홍빈 대장 실종

입력 2021-07-20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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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빈 대장. 사진제공|전라남도교육청 SNS

‘열 손가락 없는 장애인’으로서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산악인 김홍빈 대장(57)이 히말라야 브로드피크(8047m) 완등 후 하산 도중 실종됐다. 이번 원정대에는 김 대장을 비롯해 류재강 등반대장, 정우연, 정득채 대원 등 총 4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산 등반 세르파를 고용하지 않고, 캐퍼밴 포터만 고용하는 등 등반상황이 좋지 않았다. 김 대장은 출발 전 인터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보답은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안전히 집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즐겁고, 안전하게 살아 돌아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장애인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김 대장이 브로드피크 정상에 발자국을 찍은 것은 현지시간으로 18일 오후 4시58분, 한국시간으로 오후 8시58분이다. 2006년 가셔브룸Ⅱ(8035m)를 시작으로 히말라야 8000m급 14봉우리 중 13개의 정상을 밟았던 그가 마지막 14좌 완등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앞서 김 대장은 2015년에도 브로드피크에 도전했으나, 7600m 지점에서 악천후를 만나 하산했다. 지난해에도 등정 준비를 마쳤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도전을 미뤘다.

이번 등정은 역사적 의미가 크다. 장애인으로 세계 첫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다. 국내에선 엄홍길, 박영석, 김재수, 한왕용, 김창호, 김미곤 다음으로 7번째 완등자다. 김 대장은 정상 등정에 성공한 뒤 “코로나로 지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장애인 김홍빈도 할 수 있으니 모두들 힘내십시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산 도중 해발 7900m 부근서 실족
김 대장은 하산 중 해발 7900m 부근에서 실족해 낭떠러지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산악연맹은 김 대장이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에 빠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대장은 19일 오전 9시58분쯤(현지시간) 직접 무전으로 대원들에게 구조 요청을 했고, 근처를 지나던 러시아 등반대원들이 사고 현장에 접근해 로프와 등강기(고정된 줄을 타고 오르게 돕는 등반장비)를 내려보내 끌어올렸지만, 줄이 끊겨 더 깊은 낭떠러지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파키스탄과 중국 당국에 수색 헬기 등 구조대 파견 등을 요청해 파키스탄 군 헬기가 급파돼 현장을 수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홍빈 대장은 누구?
김 대장은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1983년 송원대학교 산악부에 들어가면서부터 산과 본격적 인연을 맺었다. 대학 2학년 때 광주·전남 암벽대회에 출전해 2위에 올랐고, 1989년 에베레스트 원정에 이어 1990년 낭가파르바트 원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1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를 단독 등반하다가 조난을 당했다. 16시간에 걸친 현지 구조대의 노력으로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 열흘 만에 의식이 돌아왔지만, 사고로 동상에 걸린 손은 7번의 수술 끝에 모두 절단해야 했다. 장애를 입은 뒤 알파인스키로 전향하기도 했다. 1999년 처음 국가대표가 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패럴림픽에 출전했다.

산이 전부였던 그에게 좌절은 컸고 방황의 시간은 길었다. 재기를 시작한 곳도 산이었다. 목표는 7대륙 최고봉과 히말라야 14좌 완등. 1997년 유럽 엘부르스(5642m)를 시작으로 2009년 남극 빈슨 매시프(4897m)까지 12년에 걸쳐 7대륙 최고봉을 완등했고, 틈틈이 히말라야에 올라 마침내 14좌 완등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돌아오라, 김홍빈!”
‘모든 조건이 갖춰진 도전은 더 이상 도전이라 부르지 않는다. 온전한 몸으로 오르는 것과 열 손가락을 모두 잃은 자가 오르는 것은 다르다.’ 김 대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이다.

김 대장은 도전의 아이콘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

“열 손가락을 움켜쥔 채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도전의식을 고취시켰고, “어떤 위험 속을 헤쳐나갔느냐가 중요하기보다 어떤 조건으로 극복했느냐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며 좌절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했다.

이제는 그가 자신의 말에 답할 차례다. 불굴의 의지와 도전정신으로 반드시 우리 곁으로 돌아와 좌절의 시대에 등불이 되어주어야 한다.

“돌아오라, 김홍빈!”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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