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볼 아니면 삼진→연신 “나이스 볼”…태극 옆구리, 계승자 보인다

입력 2021-07-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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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20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의 공식훈련이 진행됐다. 야구대표팀 고영표가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강철~김병현~정대현으로 이어지는 태극마크 옆구리 계보. 2020도쿄올림픽에서 그 계승자가 나올까. 옆구리투수가 기존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든 상황. 고영표(30·KT 위즈) 향한 기대가 높다.

고영표는 20일 고척에서 진행된 2020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훈련 3일차 일정에 라이브피칭을 소화했다. 김현수, 오지환, 양의지 등 주축 타자들 상대해 예정된 40구를 소화했으며, 정타 허용은 손에 꼽았다. 땅볼 혹은 삼진. 외야 쪽으로 떠서 날아간 공은 오재일의 중견수 플라이 타구뿐. 정타는 오지환의 좌전 안타 정도가 유일했다. 불펜피칭을 지켜보던 최일언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함을 감추지 못했고, 주위 코칭스태프의 호평도 이어졌다.




●“내가 못 친 이유가 있네…”


시작부터 예견된 기대치였다. 17일 고척돔. 야구 대표팀의 첫 훈련일이었다. KBO리그 전반기가 불미스러운 일로 조금 일찍 멈추며 선수들의 실전 감각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상황. 첫날부터 투수들은 불펜 피칭으로 몸을 풀었다. 고영표도 마찬가지였다. 호흡을 맞춘 포수 강민호는 “고영표가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받으면서도 ‘내가 고영표 공 못 쳤던 이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탄했다.

올 시즌 강민호와 고영표의 상대 전적은 3타수 1단타. 고영표가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한 2017년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10타수 2안타 3타점이다. 고영표의 상대적 우위다. 물론 강민호가 대표팀 야수 최고참으로서 첫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후배의 기를 살려주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실제로 고영표의 공은 쉽사리 공략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입대 전까지도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던 고영표는 올해 확실히 알을 깨고 나왔다. 언더핸드 투수로 전무후무한 10년 연속 10승에 통산 최다승 3위(152승)에 올라있는 이 감독과 시너지 덕이 크다. 고영표는 전역 직전 “옆구리 투수로 전설의 반열에 오르신 분 아닌가. 좋은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밝혔는데, 실제 이 감독과 함께 하며 스텝 업에 성공했다. 포심과 커브, 체인지업 위주의 투구였던 고영표는 지난 가을부터 이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슬라이더 장착에 매진했다. 커브와 체인지업 모두 120㎞대인데, 슬라이더는 130㎞대를 유지한다. 타자 입장에선 헷갈릴 수밖에 없다.

1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20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의 공식훈련이 진행됐다. 야구대표팀 고영표가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배트랑 공 차이가 클 걸?”

이 감독은 사견을 전제로 고영표가 대표팀에서도 주축 투수로 활약할 것을 확신했다. 이 감독은 “아시아에는 비슷한 유형의 투수들이 있다. 때문에 일본전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이나 도미니카공화국 타자들에게 지금의 체인지업을 던지면 그냥 스윙할 것이다. 아마 방망이랑 공의 차이가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험에서 나오는 전망이다. 이 감독도 현역 시절, 대학과 프로에서 모두 대표팀을 경험했다. 극단적 잠수함 투수인 이 감독의 투구에 미국 타자들이 쩔쩔맨 바 있다. 이 감독은 “이쪽으로 던지는데 저쪽으로 스윙한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처음 본 공이라 치기는 힘들다. 다만 (고)영표가 멘탈을 어떻게 잡고 들어가는지가 중요한데, 그 능력이 있기 때문에 국가대표가 됐다”며 애제자의 선전을 기원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1,2차전을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부담감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29일 이스라엘전, 31일 미국전에 총력적을 펼치겠다는 의미. 대표팀은 20일 첫 라이브피칭 훈련을 진행했다. 타자를 세워두고 던지는 훈련에서 고영표는 원태인, 김민우, 최원준과 함께 스타트를 끊었다. 네 투수 중 순번은 가장 먼저였다. 삼진 아니면 땅볼, 정타로 분류할 만한 타구는 손에 꼽았다.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이 연신 “나이스 볼”을 외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김 감독은 “이들 중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이스라엘전에 낼 생각”이라고 했다.

대회 초반 히든카드로 점쳐지는 옆구리 투수. 지금 고영표는 그 자격이 충분한 선수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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