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여기는 도쿄] 1㎝의 기적이 만들었다, ‘종합선물세트’였던 남자양궁 금메달!

입력 2021-07-26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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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양궁대표팀 선수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민국 남자양궁대표팀의 ‘골든 로드’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특히 숙적 일본과 맞붙은 준결승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었다. ‘1㎝의 기적’으로 금메달 도전의 기회를 얻었고, 이를 놓치지 않았다.

오진혁(40·현대제철)-김우진(29·청주시청)-김제덕(17·경북일고)으로 구성된 남자양궁대표팀은 26일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남자단체전 결승에서 대만을 세트점수 6-0(59-55 60-58 56-55)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남자양궁대표팀은 김우진-구본찬-이승윤이 짝을 이뤘던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이어 이 종목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양궁은 명실상부 세계 최강이다. 리우올림픽에서 전 종목(4개)을 석권하며 이를 증명했다. 혼성단체전이 추가돼 총 5개의 금메달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들은 전 종목 석권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24일 혼성단체전에서 안산(20·광주여대)과 김제덕, 25일 여자단체전에서 안산과 강채영(25·현대모비스), 장민희(22·인천대)가 금메달을 따내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여자대표선수들은 남자단체전을 준비하는 선수들이 좋은 기운을 이어받길 간절히 바랐다.

남자대표팀의 강점은 최적의 신구조화다. 많은 이들로부터 ‘보는 재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진혁은 한국양궁 남자 개인전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던 2012런던올림픽 이후 9년 만에 대표팀에 합류했고, 김우진은 리우올림픽에 이은 2회 연속 출전이다. 둘의 터울이 무려 11살인데, 막내 김제덕은 오진혁과는 무려 23살차, 김우진과는 띠 동갑이다. 한마디로 한국남자양궁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다. 그 ‘선물세트’가 힘을 모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시나리오였다.

출발이 순조로웠다. 8강전에서 인도를 6-0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2번 주자로 나선 막내 김제덕은 8강전에서 쏜 6발의 화살 중 5발을 10점 과녁에 명중하는 괴력을 뽐냈다. 김우진과 오진혁 또한 6발 중 4발이 10점이었다.

그러나 준결승 상대 일본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2세트와 4세트 모두 총 6발 중 1발만을 10점 과녁에 꽂은 탓에 세트를 넘겨줬고, 슛오프(연장전)까지 치러야 했다. 한 발의 실수가 곧 패배로 직결되는 승부였다.

3명이 각기 1발씩 발사한 결과는 28대28 동점. 19-19에서 한국의 3번째 주자 오진혁과 일본의 무토 히로키 모두 9점을 쐈다. 슛오프 규정상 양 팀이 동점을 이루게 되면, 과녁의 한가운데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화살이 위치한 팀이 승리한다. 김제덕의 10점짜리 화살은 과녁에 정확하게 들어왔고, 일본의 에이스 후루카와 다카하루의 10점 화살은 9점과 10점 사이에 걸쳐있었다. 한국이 결승에 오르게 된 배경이다. 박채순 양궁대표팀 총감독은 “(일본의 10점 화살과) 1㎝ 정도의 차이였다”고 밝혔다. 맏형 오진혁은 “동생들이 너무 잘했다. 고지를 넘었으니 점령만 남았다”고 격려했다.

오진혁의 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고지를 넘은 선수들은 그야말로 거침없었다. 결승전 1세트를 59-55로 손쉽게 따냈고, 2세트에선 6발 모두 10점 과녁에 명중하며 60-58로 이겼다. 2세트까지 발사한 12발 중 11발이 10점 과녁에 꽂혔다. 3세트 36-55에서도 김제덕과 오진혁이 연달아 10점 과녁에 화살을 꽂으며 승부를 마무리했다. 경기 도중 쉴 새 없이 “파이팅”을 외치며 선배들을 독려한 막내 김제덕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함성을 지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큰형님’ 오진혁은 후배들을 이끌며 품에 안은 금메달의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도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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