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 일본 소프트볼의 전설 우에노, 13년 만에 해피엔딩 완성

입력 2021-07-28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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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유키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에는 389개의 공이었다. 13년의 세월을 건너 다시 한번 올림픽무대에서 금메달을 꿈꿨던 일본여자소프트볼의 39세 베테랑 우에노 유키코가 그 꿈을 이뤘다.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이틀간 413개의 혼신을 다한 투구로 모두를 감동시켰던 그의 올림픽 2연패다.

소프트볼이 베이징대회 이후 올림픽에서 퇴출되자 한때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피칭서클에 섰다. 많은 우여곡절과 난관이 있었지만 묵묵히 이겨냈다. 마침내 27일 요코하마구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미국과 결승전. 그는 일본에 2-0 승리를 안겼다. 일본이 소프트볼에서 따낸 통산 2번째 금메달이자 대회 2연패다.

소프트볼이 올림픽에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불투명하던 시절 “소프트볼 인생에 후회는 없다. 여러 의미로 입장은 알고 있지만 개인적 감정으로 포기할 수는 없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어린 후배들과 함께 다시 올림픽을 준비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라며 도쿄올림픽 첫 경기에 등판했던 우에노는 결국 모두의 기대대로 결승전에 또 선발 등판했다. 한때 소프트볼 역사상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던 강속구는 이제 나이와 함께 사라졌지만, 그 대신 세월이 주는 지혜와 세상을 넓게 보는 눈이 있었다. 투구 하나하나에 정성과 혼을 담아 미국의 젊은 타자들을 상대했다. 자신을 믿고 기회를 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 절묘한 변화구의 높낮이와 제구력으로 이닝을 거듭 넘겼다.

6회 선두타자를 내보냈을 때가 위기였다. 20세의 후배 고토 미우에게 잠시 공을 넘겨줬지만, 7회 다시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 5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에 기여한 고토는 “누군가가 나의 피칭을 보고 우에노와 비슷하다고 말하면 기쁠 것이다. 조금이라도 닮고 싶다”고 말했다.

팀의 기둥으로서 선수들이 의지하게 만들었던 우에노는 결승전 후 이렇게 털어놓았다. “감독이 이번 대회 결과를 놓고 매일매일 고민하고 우승 압박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서 마지막까지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었다.” 7회 포수 파울플라이로 헤피엔딩을 완성한 순간, 우에노는 우스키 레이카 감독과 포옹하며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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