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에서 피운 꽃 한 송이…한국럭비가 보여준 가능성

입력 2021-07-28 1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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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객관적 전력, 그리고 인프라의 열세는 뚜렷했다. 하지만 결과에 그 차이가 오롯이 반영된 것은 아니었다. 전력과 환경의 차이를 좁힌 것은 땀과 투지였다. 한국럭비가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노래했다.


럭비대표팀은 28일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7인제럭비 11·12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19-31로 무릎을 꿇었다. 조별리그 A조에서 3패를 기록해 9~12위 순위결정전으로 밀려났던 대표팀은 27일 아일랜드와 경기에서도 져 최하위를 두고 일본과 다퉜다. 이번 대회 구기종목 첫 한·일전에서 아쉽게 패한 한국은 1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5전5패, 29득점·210실점, 12개 팀 중 최하위의 성적이지만 불모지에서 98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다는 자체가 의미 있었다. 한국럭비가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것은 1923년 럭비의 국내 도입 이후 98년만이다. 실업팀 3개(한국전력공사·포스코건설·현대글로비스), 대학팀 4개(경희·고려·단국·연세)에 불과한 실정이니 선수층 자체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11·12위 결정전에서 만난 아시아 최강 일본은 2003년 프로리그를 출범시킨 바 있다.


진출 자체가 드라마였다. 한국은 2019년 1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홍콩을 상대로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쓰며 사상 첫 본선 출전권을 획득했다. 홍콩에는 귀화선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에 당시 ‘이변’으로 불렸다. 서천오 감독은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아시아 지역예선 당시 한국이 변수였다. 올림픽에서도 변수가 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가 어렵고 힘든 상황인데, 우리가 국민들에게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세계랭킹 31위인 한국은 뉴질랜드(2위), 호주(6위), 아르헨티나(7위) 등 강호들과 A조에 편성됐다. 조별리그에서 3전패로 세계 수준과 격차를 절감했지만, 첫 경기인 뉴질랜드전부터 역사적인 첫 득점을 올리는 등 호락호락 물러서진 않았다. 아쉬움 가득한 대회였지만, 한국럭비는 이렇게 세계무대에 처음 존재감을 신고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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