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트로트 인생’ 한 권의 책으로 풀어낸 작사·작곡가 김동찬

입력 2021-07-2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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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김동찬(왼쪽에서 세 번째 앉은 사람)이 22일 경남 거제시 거붕백병원에서 저서 ‘트로트 이야기’ 출판기념회를 열고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찬 제공

네박자·둥지 등 쓴 히트곡 메이커
평생 걸어온 ‘트로트 이야기’ 발간
“지금이 트로트 최고 전성기라 생각
가슴 울리는 노래가 많아지길 바라”
“사망 선고” 직전에 있던 트로트시장에 지난해 한 경연프로그램이 다시 활력을 불어넣었다면, 이미 이전에 산소호흡기를 매달아주어 끈질기고도 힘겹게 숨길을 놓지 않게 한 주역이 있다. 작사·작곡가 김동찬(72)이다.

1969년 가요계에 데뷔한 그는 현철의 ‘봉선화 연정’, 남진의 ‘둥지’, 송대관의 ‘네박자’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며 지나온 반세기를 꽉 채웠다. “트로트 한 곡에 인생이 담겨 있다”고 말하는 그가 자신과 한평생 함께 걸어온 트로트를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최근 그가 펴낸 ‘트로트 이야기’는 600페이지가 넘을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그마저도 덜어내느라 애를 먹었단다.

제목이 ‘뽕짝’이 될 뻔한 ‘네박자’부터 학창시절 첫사랑을 떠올리며 쓴 ‘봉선화 연정’ 등 노랫말에 얽힌 사연은 물론 ‘기똥찬(김동찬) 사나이’라는 별칭을 붙여준 ‘국민MC’ 송해 등 가요계 안팎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몇 편의 토크쇼를 떠올리게 할 만큼 다채롭게 담았다.

“사람마다 가슴 속에 응어리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요. 한이 서려 있죠. 그 한을 달랠 수 있는 게 그나마 트로트에요. 트로트가 4분의4 박자잖아요. 심장이 뛰는 소리와 같아요. ‘콩닥콩닥!’, ‘쿵짝쿵짝!’ 그래서 트로트를 ‘뽕짝’이라고 불러요. 이처럼 생명의 소리를 담아서 트로트가 삶의 근간이 되고, 우리에게 필요한 음악이 되는 거예요. 무엇보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잖아요. 너의 이야기가 되고, 내 이야기가 될 수 있어서 편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고요.”

작사가 김동찬 KBS 2TV ‘불후의 명곡’ 출연 모습.



김동찬은 전통가요 작사가로는 유일하게 2016년 KBS 2TV ‘불후의 명곡’을 자신의 노래로 채웠다. 이듬해에는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도 펼쳐 화제를 모았다. 1989년 KBS 밝은노랫말상을 비롯해 1990년 한국노랫말대상 전통노랫말상, 1999년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로 KBS 우수프로그램 음향효과상 등을 수상했다. KBS 1TV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그는 2008년 에세이 형식의 자서전 ‘네 박자, 둥지 그리고 봉선화 연정’도 펴냈다.

“경연프로그램이 나오기 전까지 트로트는 거의 죽어 있었어요. 지난해 다시 살아나면서 새로운 얼굴도 탄생했고, 봇물 터지듯 열풍이 생겨난 거죠. 하지만 열풍을 이어가는 게 가장 중요해요. 쉽게 뜨거워진 열은 쉽게 식을 수밖에 없어요. 요즘엔 깊이 있는 노래보다 행사 위주의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노래가 많아져 아쉽긴 하지만, 그것 역시 트로트시장의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트로트도 변해야죠. 그래도 가슴을 울리는 노래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는 소설가나 작가가 하나의 소재로 이야기를 펼쳐가는 마법사라면, “작사가는 긴 이야기를 짧게 압축하는 재주를 지닌 사람”이라고 했다.

“트로트가 인생의 이야기라고 하잖아요. 아무리 긴 인생 이야기라도 3분 안에 담아야 해요. 3분 드라마인 셈이죠. 가사로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잘 녹이냐가 관건이에요. 저는 지금이 최고의 전성기라고 생각해요. 살아온 인생을 노래에 담고 싶어요. 지금도 400곡정도 써놓았는데, 다양해요.”

그의 손에서 탄생한 곡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히트곡이 됐다. 현철의 ‘사랑의 이름표’, 배일호의 ‘신토불이’, 최진희의 ‘사랑의 향기’, 태진아의 ‘애인’ 등 셀 수도 없다. 노래방 애창곡으로도 1·2위를 다투는 곡들이다. 자연스럽게 저작권료에 호기심이 갈 정도다.

“하하하! 다들 그쪽으로 관심이 많더군요. 사람들이 노래를 많이 불러야 좋은 거 아니겠어요? 요즘엔 그렇지 못하잖아요. 예전까지만 해도 ‘둥지’, ‘봉선화 연정’, ‘네박자’ 등 순으로 많이 (저작권료)들어온 것 같아요. ‘사랑의 이름표’는 의외로 영화나 CF에 많이 사용돼서 인기였고요. 최근에는 장민호가 ‘상사화’를 다시 불러서 떴어요. 현숙의 ‘확실합니다’는 선거를 겨냥해 만든 로고송인데, 예상만큼 터지질 않았네요.(웃음)”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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