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여자배구 브라질의 스피드배구를 넘어라

입력 2021-08-05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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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자배구의 4강전 상대는 브라질이다. 8강 토너먼트에서 모든 팀들이 피하려고 했던 상대다. 2020도쿄올림픽 A조 조별리그에서 5연승을 거뒀다. 공격, 수비, 연결, 선수들의 개인기술 모든 부분에서 흠잡을 데가 없는 팀이다.

지난달 25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은 브라질에 세트스코어 0-3(10-25 22-25 19-25)으로 완패 당했다. 선수들이 부담으로 너무 긴장해 1세트는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무너졌지만 2,3세트는 그나마 반격하며 열심히 추격한 것이 위안이었던 경기였다.



4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벌어진 러시아와의 8강전에서 브라질은 뜻밖에 고전했다.

첫 세트를 내주고 2세트도 20점대까지는 밀리는 등 자칫 5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날 뻔했다. 2008베이징, 2012런던올림픽 우승팀 브라질은 자국에서 벌어진 2016리우 경기 때 예선리그 5연승을 거두며 3연속 우승을 자신했다. 하지만 8강전에서 중국에 2-3으로 패하며 탈락했다. 조별리그에서 부진했던 중국이 결국 우승까지 내달았다.



브라질은 29일 일본과의 조별리그 도중 발목부상을 당했던 세터 마크리스를 투입하면서부터 러시아와의 경기를 정상으로 돌렸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하는 그가 코트에 복귀하자 공격수들과의 호흡이 맞아가며 팀의 장점인 다양한 공격이 터졌다. 브라질은 V리그 많은 감독들이 자주 얘기하던 ‘스피드배구’가 어떤 형태인지 가장 잘 보여주는 팀이다. 대한항공의 플레이 패턴과 많이 닮았다. 센터가 중앙에서 발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면 여기저기서 공격이 빠르게 날아오니까 경기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의 장점은 상대 블로커가 예측하기 어려운 많은 공격옵션을 가지고 있다는 점. 윙 스파이커 페 가라이와 가비의 파이프공격이 특히 위협적이다. 랠리 상황에서도 언제든지 이들이 후위에서 날아오른다. 여기에 마크리스는 전위의 센터 캐롤, 가타즈의 이동속공과 B퀵을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상대 센터는 더욱 블로킹의 목표를 정하기가 힘들다. 특히 가비는 대한항공의 곽승석을 연상시킬 정도로 빠르고 송곳 같은 공격을 자랑한다. 리시브도 탄탄하다. 비록 8강전에서는 부진했지만 라이트 탄다라의 파괴력 높은 공격은 우리의 블로킹이 항상 대응하기 버거워했다.



우리는 브라질의 리시브를 흔들어서 세트 플레이가 쉽게 이뤄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브라질 공격수들의 타점이 다른 4강 진출 팀보다는 낮다는 점. 세르비아나 미국은 우리 블로커 위에서 공격을 내리꽂아 뻔히 알고도 해결할 방법이 없지만 브라질은 어떻게 해볼 여지는 있다. 4일 현재 개인기록을 보면 83득점의 가라이와 75득점의 가비가 각각 득점부문 7,8위다. 가티즈는 센터지만 40득점으로 득점 17위다. 블로킹에서는 캐롤과 가티즈가 각각 19개로 공동 3위. 리시브는 가라이가 공동 3위, 가비가 7위다.

우리는 김연경이 102득점으로 득점 3위, 박정아가 59득점으로 19위다. 블로킹 부분에서는 양효진이 17개로 공동 6위, 서브는 염혜선이 7개로 공동 3위다. 염혜선은 세트부문에서도 193개로 2위다. 경기를 할수록 점점 용감해지는 염혜선이 4강전의 키를 쥐고 있다. “이번이 아니면 언제 이런 경기를 해보겠느냐”고 말했던 자신감이 필요하다. 리시브는 김연경이 78개로 9위, 오지영이 64개로 16위에 랭크됐다. 오지영은 72개로 디그 2위다.

그동안 스피드배구를 추구해왔던 라바리니 감독의 배구가 이제 진짜 스피드배구를 상대로 어떤 결과를 만들지 궁금하다. 6일 밤 9시. 응원은 필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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