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신인급? 낯선 얼굴이 더 무섭다

입력 2021-08-0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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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공포영화가 잇달아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극장가 여름시장을 정면 겨냥하며 오싹한 기운으로 더위를 식혀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왼쪽사진부터 ‘귀문’, ‘귀신’, ‘쇼미더고스트’. 사진제공|CJ CGV·스튜디오보난자·인디스토리

왜 여름? 무서운 장면에 식은땀
314만명 ‘장화, 홍련’ 최대 흥행
올해는 ‘랑종’ 80만 관객에 육박
18일 ‘귀문’·25일엔 ‘귀신’ 개봉
‘무더위 싹∼’ 공포영화에 대한 궁금증
공포영화의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한동안 극장가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공포영화가 올해 잇달아 관객을 만나고 있다. 감염병 확산 여파로 관객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도 일부 영화가 선전하면서 장르의 힘을 입증하기도 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7월14일 개봉한 ‘랑종’이 5일 현재까지 82만여 관객을 불러 모았다. 또 6월3일 선보인 ‘컨저링3:악마가 시켰다’도 80만 관객에 육박하며 10위 ‘랑종’에 이어 올해 흥행 11위에 올랐다.

한국영화도 6월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모교‘를 비롯해 ‘썰’, ‘나만 보이니’ 등 다양한 공포물을 선보였다. 여름시즌을 메인 시장으로 여기며 신규 개봉작도 연이어 관객을 찾는다. 18일 개봉작 ‘귀문’과 25일 선보이는 ‘귀신’, 9월 개봉하는 ‘쇼미더고스트’ 등이 있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인다. 공포영화는 왜 주로 여름시즌에 개봉하는 걸까. 또 공포영화의 여주인공은 대체로 왜 신인급일까. ‘대박’ 흥행작은 어떤 작품일까.

공포영화에 관해 알고 싶은 몇 가지를 되짚는다.


● 공포영화, 왜 여름시즌에 개봉?

무슨 이유에서든 깜짝 놀라는 순간을 상상해보자. 가슴이 ‘쿵’ 내려앉는 느낌에 순간 열기가 훅 오르고, 이내 서늘한 기운에 ‘싸해지는’ 느낌을 가져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공포영화가 노리는 지점도 바로 그렇다. 관객의 신체 반응을 노린 시기적 전략이다.

무서운 장면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우리 몸의 교감신경은 자극을 받아 활성화한다. 교감신경은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데, 심장이나 혈관을 빠르게 수축시키거나 동공을 커지게 한다. 심장 박동과 맥박이 빨라지는 것이다. 이는 혈압과 체온을 올려 땀을 흘리게 한다. 땀이 극장 내부의 시원한 기운에 증발해가면서 몸의 열기도 식어간다.

결국 순간순간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셈이다. ‘간담이 서늘해진다’는 말도 여기서 나온다.


● 공포영화, 여주인공은 왜 신인급?

대표적인 공포영화 ‘여고괴담’ 시리즈는 ‘연기자 등용문’으로 불린다. 1999년 1편을 시작으로 최근작 ‘여섯번째 이야기:모교’에 이르기까지 시리즈는 많은 연기자를 배출했다. 최강희·김규리·김옥빈·송지효·오연서·박한별 등을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여고괴담’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폰’ 하지원, ‘장화, 홍련’ 임수정, ‘곤지암’의 박지현 등도 있다.

공포 분위기를 위해 시각적·청각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장르의 특성과 그에 따른 제작비 규모와 관련이 있다. 신예 김소혜를 주연으로 내세운 ‘귀문’의 제작사 주피터필름의 주필호 대표는 “컴퓨터 그래픽 등 특수효과에 필요한 비용이 만만치 않은 장르이다”면서 “높은 개런티의 톱스타급 배우에 의존하기보다 일정한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공포감을 더하는 다양한 효과에 비중을 둔다”고 설명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장르적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실험과 모험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신인급 연기자를 주연으로 내세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객에게 이미 얼굴이 낯익은 배우보다 낯설지만 그만큼 신선한 얼굴이 빚어내는 분위기가 공포감의 현실성을 더한다는 설명이다.


● 공포영화, ‘대박’ 흥행작은?

역대 개봉 공포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은 김지운 감독의 2003년작 ‘장화, 홍련’으로, 전국 314만여명을 동원했다. 감염병 사태가 아니라면 1000만 관객 영화가 연간 2∼3편씩 나오는 상황이 이어졌을 테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유난히 ‘대박’ 흥행작이라 부를 만한 공포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역시 장르적 특성 때문이다. 전 평론가는 “장르적 색깔이 뚜렷한 영화를 선호하는 국내 관객층이 아직은 그리 두터운 편이 아니다”고 전제했다. 전 평론가는 공포감을 자극하기 위해 잔혹한 장면 등을 그려내야 하는 “속성상 전 연령층에 소구할 수 있는 장르도 아니다”면서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실험적인 이야기와 방식으로 승부할 수 있는 장르도 바로 공포영화이다”며 외연의 확장을 기대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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