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선수 A는 어떻게, 도핑규정 위반 혐의를 벗었나

입력 2021-08-18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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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선수 A는 최근 도핑규정 위반과 관련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이하 KADA)가 17일 공식적으로 “A가 도핑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A는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점이 명백히 밝혀졌다.


그렇다면 A는 그동안 왜 이 일로 마음고생을 했을까. 스포츠동아는 선수 A를 대리해 소명과정에 직접 참여한 에이전시 대표 B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B는 “KADA는 KBO리그 개막 직후인 4월 A의 소변 샘플을 채취했고, 약 2개월 뒤인 6월 검사 결과를 통지했다”며 “이 자료에 따르면, A의 소변 샘플에서 흥분제 류의 금지약물인 X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X의 대사물질(유입된 물질이 생체 내 전환으로 생성되는 물질)인 Y가 기준치 이상인 1000ng/ml(밀리리터 당 나노그램) 검출된 게 문제였다. 당시 KADA는 X가 A의 체내에 유입돼 Y로 바뀐 것으로 추정하고, 이 내용을 소명하라고 주문했다”고 돌아봤다.


X는 흥분제류의 금지약물이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근육강화제인 스테로이드나 호르몬제와는 완전히 다르다. X는 피곤하거나 지친 상태에서 ‘지적 능력’의 증가 수단으로 사용되는 화합물이다. B는 “A의 소변 샘플에서 검출된 대사물질 Y는 식물생장제로도 널리 사용되는 물질로, 그 자체로 사용이 금지되는 물질은 아니다”며 “그러나 올해부터 세계도핑방지위원회(WADA)는 기술서한을 통해 소변 샘플 분석 결과 X가 발견되지 않은 경우에도 그 대사물질인 Y가 1000ng/ml 이상 발견되면 ‘비정상 분석결과’로 볼 수 있다고 정하면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A의 소변 샘플에선 총 1279ng/ml의 Y가 검출됐고, KADA는 WADA의 기술서한의 내용을 적용해 A에게 소명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X는 치매치료제 등 극소수의 전문의약품에 들어 있는 성분이다. 그나마 국내에선 모두 허가가 만료돼 지금은 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성분이다. 또 X의 대사물질 Y는 X로 인해서만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화장품류의 보존제 성분으로 널리 사용되는 Z로 인해서도 생성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 성분은 최근 미국 종합격투기(UFC) 선수 롭 폰트의 사례로 논란이 된 바도 있다. 폰트는 도핑검사에서 1900ng/ml이 넘는 Y가 검출돼 미국반도핑위원회(USADA)의 조사를 받았지만, 소명을 통해 무혐의를 이끌어냈다. B는 “KADA의 청문회에서 A는 매일 사용하는 바디로션과 샤워 제품 등에 Z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구입 경로 및 증빙과 함께 확인해 상세히 소명했다. 물론 Z성분도 금지되는 물질이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B에 따르면, KADA도 A의 소명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법의독물학 전문가의 검토, 외국 실험사례 등을 통해 화장품 내 Z성분으로 인해 기준치 이상의 Y가 검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즉 A의 체내에서 Y가 발견된 것은 X를 복용한 결과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한마디로 A는 도핑 규정을 전혀 위반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B는 “WADA의 기술서한은 Y가 금지약물 X가 아닌 다른 경로로도 검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선수는 수개월에 걸친 조사기간 동안 혹시라도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오해받을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선수가 겪은 부당한 피해를 되돌릴 수 없겠으나, 이번 KADA의 명확한 결정으로 그간의 오해가 모두 풀렸으면 한다”고 진심으로 바랐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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