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이승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한국 기준 고혈압 전단계, 美에선 1단계 고혈압 분류
이승환 교수 “고혈압 기준 재설정, 관련질환 예방 기여”
고혈압은 각종 심·뇌혈관 질환의 대표적인 위험인자지만 나라마다 판정 기준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를 고혈압으로 규정하지만, 미국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13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Hg 이상인 경우를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이처럼 나라별로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최근 고혈압 전단계와 관상동맥경화증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발표됐다.

“우리나라 고혈압 기주 20년간 변화 없어”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승환·이필형 교수팀과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심장내과 윤용훈 교수는 국내 기준 고혈압 전단계 환자군과 정상혈압군을 대상으로 관상동맥경화증의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고혈압 전단계 환자군이 정상 대조군에 비해 관상동맥경화증 발생 위험이 1.37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관상동맥경화증은 심장 관상동맥 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돼 생긴 단단한 섬유성 막 경화반이 파열되면서 만들어진 혈전 때문에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상태를 말한다. 관상동맥경화증이 생기면 심장에 산소와 영양소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부정맥 등의 심장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수검자 중, 심장질환이 없고 항고혈압제를 복용한 적이 없는 466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대상을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상군(120/80㎜Hg), 고혈압 전단계(120~129/80㎜Hg), 1단계 고혈압(130~139/80~89㎜Hg), 2단계 고혈압(140/90㎜Hg)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관상동맥경화증 유병률이 정상혈압군과 비교해 고혈압 전단계에서 1.12배, 1단계 고혈압에서는 1.37배, 2단계 고혈압에서는 1.6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고혈압 진단 기준은 약 20년간 변화가 없는데 세계적으로 고혈압 기준을 낮추는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고혈압 기준을 낮추려면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향후 국내 고혈압의 진단기준 재설정 및 심·뇌혈관 질환 예방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 고혈압학회지’ 최신호에 실렸다.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