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보다 더 큰 가치의 일주일…KT는 쿠에바스를 믿음으로 위로한다

입력 2021-08-26 10:5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3년째 한솥밥을 먹으며 팀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 ‘외국인투수’, ‘이방인’이 아닌 가족이다. 아무리 비즈니스 중심의 프로 세계에도 가족 같은 동료에 대한 존중은 분명하다. KT 위즈는 아픔을 겪고 있는 윌리엄 쿠에바스(31)를 믿음으로 위로하며 기다린다.

쿠에바스는 18일 수원 LG 트윈스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전반기 막판부터 후반기 첫 등판까지 최근 3경기에서 20.2이닝을 책임지며 평균자책점 0.87로 압도적이었기에 의아한 이동이었다. 공식적인 발표는 개인사. 부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투병 중이었다. 7월 11일 한국에 입국한 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격리 도중 확진 판정을 받고 인천 소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시기였다.

모두가 착잡한 심정이었지만 유가족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이강철 감독은 “지금 쿠에바스에게는 마운드에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당장의 전력공백 등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쿠에바스는 이숭용 단장, 이충무 스카우트 팀장, 통역과 함께 면담을 하던 중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언제나 유쾌한 표정으로 팀 최고 분위기메이커였던 쿠에바스가 처음 보이는 모습에 이 단장, 통역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



구단 차원에서도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KT는 19일 밤 LG와 홈경기가 끝난 뒤 롯데 자이언츠 원정 4연전을 위해 부산으로 이동했다. 우천순연으로 스케줄이 하루 더 늘어 꼬박 5박6일의 스케줄이었다. 이때 낙심한 쿠에바스를 돌볼 이가 없었다. 이 단장은 쿠에바스가 원할 경우를 대비해 통역과 불펜포수를 수원에 남겨뒀다. 경기 감각 유지 따위의 이유가 아니라, 방에서 혼자 우울해하지 말고 야구장에 나와 생각을 정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실제로 쿠에바스는 KT 선수단이 부산 원정에 가있는 동안 야구장에 나와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고, 10일이 지나 1군 등록이 가능해지면 돌아와 공을 던지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야구를 하는 동안만큼은 집중을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일 터.

구단의 모든 구성원들이 쾌유를 빌었으나 전 세계를 덮친 전염병은 그 진심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쿠에바스의 아버지 비센테 윌리엄 쿠에바스는 25일 밤 임종했다. KT는 “26일 수원 SSG 랜더스전부터 사흘간 선수단 전체 유니폼에 근조 리본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또 구장 내에도 별도 분향소를 설치해 애도를 표할 계획이다. 고인의 명복을 기림과 동시에 쿠에바스의 슬픔을 나누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