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연극으로 비틀다’…연극 피갈호의 혼인

입력 2021-09-17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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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후작의 모략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조선인 남녀
-오페라의 명곡 ‘편지 이중창’ 등 음악을 듣는 재미도
-10월 1~3일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서울문화재단 후원
때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 후작의 집에서 집사와 하녀로 일하는 젊은 조선인 남녀가 있다. 연인 사이인 두 사람은 혼인을 앞두고 있다. 꼰대 같은 후작으로부터 정서적으로 도피하고 싶은 후작부인은 똑똑하고 미모를 지닌 빈짱과 열애 중.

문제는 후작의 어머니, 즉 시어머니도 후작 못지않은 인간인지라 하녀에게 “집안의 씨받이가 되어 달라”는 얼토당토않은 요구를 하게 된다. 후작은 어떻게 해서든 씨받이 여성을 구해 아들을 생산해야 하고, 후작부인은 어떻게 해서든 반대해야 하며, 하녀는 어떻게 해서든 후작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스토리 아닌가. 긴가민가하다면 힌트를 하나 드리겠다. 이 극에 등장하는 젊은 조선인 남녀의 이름은 피갈호와 나수잔이다.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피갈호의 혼인’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비틀어 일제 강점기의 경성으로 옮겨다 놓은 작품이다.

이야기의 초점은 신여성 나수잔에게 맞춰져 있다. 신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후작부인, 부인의 젊은 애인과 함께 후작의 모략으로부터 슬기롭게 탈출해야 하는 난관이 그의 앞에 놓여 있다.

과연 나수잔은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의 슬로건처럼 사회와 자신이 속한 가정을 비난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진정으로 칭찬할 수 있는 위치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둡고 사회적인 편. 극본을 쓴 윤혜주 작가는 “2021년의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했다.

연극이지만 원작이 오페라 작품인 만큼 음악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페라의 서곡과 아리아들이 거의 그대로 극에서 사용된다.

‘피가로의 결혼’의 대표 아리아이자 영화 ‘쇼생크 탈출’의 명장면에 삽입돼 전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인기까지 얻은 ‘산들바람은 불어오는데(일명 편지 이중창)’도 등장한다.

윤혜주가 극본과 제작, 안병구가 연출을 맡았다. 이밖에 김희연(협력연출), 김종균(음악감독·서울신학대학교), 문형진(음악코치), 고태민(프로덕션 디자이너), 홍해현(조명 디자이너), 정자영(기획) 등이 함께 했다.

조은체(나수잔), 양승호(후작), 임진혁(피갈호), 안윤진(후작부인), 이지연(빈짱)이 출연하며 문형진이 피아노 연주를 맡는다.

연극 ‘피갈호의 혼인’은 노래하는 배우들 주관,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했다. 2020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신진 스토리작가 프로그램과 2021년 서울문화재단 후원 선정작이기도 하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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