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MVP] 갑자기 척박해진 땅, 그래도 움트는 희망…SSG가 웃을 수 있는 이유

입력 2021-10-06 2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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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DH2차전 경기가 열렸다. SSG 선발투수 오원석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외국인투수야 변수로 차치하더라도 굳건한 선발투수로 분류됐던 이들이 나란히 시즌아웃됐다. 좀처럼 손 쓸 도리가 보이지 않았는데, 잇몸 살을 찢고 어금니들이 나오고 있다. 영건들의 연이은 인생투가 너무도 값진 시기. 최민준(22)과 오원석(20·이상 SSG 랜더스) 덕에 팀이 조금씩 웃는다.

SSG는 6일 잠실 LG 트윈스와 더블헤더 제2경기에서 11-3으로 승리했다. 3-2로 근소하게 앞선 8회초 타자일순하며 대거 7득점, 순식간에 승부를 갈랐다. 앞선 제1경기서 접전 끝에 1-4로 패했지만 전날(5일) 8-0 완승에 이어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6위 SSG는 이날 삼성 라이온즈에 패한 5위 키움 히어로즈를 1경기차로 바짝 쫓으며 5강 싸움의 불씨를 이었다.

빅 이닝을 완성하기 전까지 선발투수 오원석의 호투가 발판을 마련했다. 6이닝 4안타 8삼진 2실점으로 8월 29일 인천 KIA 타이거즈전(6이닝 무실점)에 이어 개인 6경기 만에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 시즌 7승(6패)째를 수확했다.

시작부터 구위가 완벽했다. 1회말부터 홍창기~김현수~서건창을 연속 삼진처리하는 등 3회까지 4삼진 퍼펙트. 1-0으로 앞선 4회말 1사 후 김현수에게 첫 안타를 내줬고, 5회말에는 유강남과 이상호에게 1타점씩 내주며 1-2 역전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5회까지 투구수는 68개.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오원석은 김현수~서건창~채은성을 연속 범타처리하며 임무를 마무리했다.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로 꼽히는 홍창기 상대로 슬라이더를 앞세워 3연타석 3구 삼진을 뽑아낸 것이 이날의 백미였다.

LG 상대 위닝시리즈에는 영건의 호투가 절대적이었다. 5일 경기에선 최민준이 7이닝 3안타 2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3승(3패)째를 따냈다. 6일 경기 전 김원형 SSG 감독 인터뷰에서도 최민준 칭찬이 주를 이뤘다. 김 감독은 “(최)민준이가 프로 입단 후 제일 잘 던진 것 같다. 인생투였다”고 칭찬했다. 최민준의 기세를 오원석이 완벽히 이었다.

토종 원투펀치 문승원(32)과 박종훈(30)은 개막 2개월째인 5월을 끝으로 시즌 아웃됐다. 팔꿈치에 손을 댄 만큼 이듬해 여름에야 복귀가 가능한 상황. 당장 올해 가을야구 싸움은 물론 2022년 초반 레이스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영건을 발굴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원형 감독은 초보답지 않은 뚝심과 인내로 끝까지 기회를 줬고, 조금씩 응답이 시작되는 중이다.

환한 웃음까진 아니어도 기대 섞인 미소를 짓기엔 충분하다. 갑자기 척박해진 토양 위에서도 SSG의 희망이 조금씩 움트고 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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