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적진 체류는 최대한 짧게…벤투의 철학 담긴 단기 이란 원정

입력 2021-10-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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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7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시리아와 홈경기를 치른 뒤 12일 오후 10시30분(한국시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A조) 4차전 원정경기를 펼친다. 홈 3연전에 이은 첫 원정경기다. 게다가 1958년 5월 도쿄아시안게임부터 시작된 이란과 상대전적에서도 9승9무13패로 열세다.


격전지가 ‘원정팀의 무덤’ 아자디 스타디움이란 사실 또한 껄끄럽다. 해발 1200m 고지대에 위치한 이곳에서 한국은 한 번도 웃지 못했다. 최근 3연패를 포함해 2무5패다. 벤투 감독도 ‘이란 트라우마’를 깨지 못하면 카타르행 티켓을 거머쥐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대결이라 부담이 가중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단의 안전과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를 고려해 인천국제공항에서 테헤란으로 향하는 직항 전세기를 확보했고, 일찌감치 선발대를 파견해 현지 사정을 점검했다.


벤투 감독의 선택 역시 독특했다. 단기 체류다. 시리아전 직후 테헤란으로 이동하는 대신 국내체류시간을 최대한 늘렸다. 태극전사들은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8일 회복훈련과 9일 전술훈련까지 모두 마친 뒤 출국한다. 테헤란에선 10일과 11일 이틀만 훈련한 뒤 12일 경기를 마치자마자 귀국길에 오른다.


여기에는 포르투갈대표팀을 이끌던 과거에 세운 확고한 철학이 바탕에 깔려있다. 벤투 감독은 “적진에서 머무는 시간은 무조건 짧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대가 항상 우리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데다, 보이는 것과 듣는 것을 전부 믿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적진에서 세트피스 등 전술훈련을 소화하는 것도 극도로 꺼린다. 일각에선 ‘빠른 현지적응’을 강조하지만, 벤투 감독은 대회가 아닌 이상 굳이 오래 머물 필요가 없다고 본다.


대표팀 관계자는 “적지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대개 비협조적인 이란 원정은 더 그렇다. 벤투 감독의 견해가 틀리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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