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개막특집] 리빌딩 반환점! 높아진 2㎝, 그보다 훌쩍 더 자란 현대캐피탈

입력 2021-10-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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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2시즌 개막을 앞둔 현대캐피탈 선수단 단체사진. 사진제공 | 현대캐피탈

미국프로농구(NBA)나 메이저리그(ML)와 달리 저변이 좁은 한국프로스포츠에서 구단 차원의 공식 ‘리빌딩’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리빌딩이란 단어는 야심 차게 시즌을 시작한 뒤 기대대로 성적이 나지 않을 때 꺼내드는 면피 수단처럼 여겨졌다. 2020~2021시즌 현대캐피탈은 달랐다. 시즌 시작부터 주축선수들을 트레이드하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다. 현장과 프런트 모두 적잖은 성장통을 예상했다. 다행히 인고의 시간은 반 시즌이면 충분했다. 절반의 성공을 이미 거둔 현대캐피탈의 리빌딩은 반환점을 돌았다. 올 시즌에는 성장과 열매 모두를 따내려고 한다.

지난 시즌 사실상 재창단 수준으로 비춰질 만큼 강도 높은 리빌딩으로 젊은 자원들의 성장을 도모한 현대캐피탈은 이제 성장과 열매를 모두 얻으려고 한다. 천안에서 열심히 담금질을 진행 중인 현대캐피탈은 성공적인 새 시즌을 예감케 하고 있다. 사진제공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절반 이상의 성공 거둔 리빌딩, 이제는 수확

충남 천안에 위치한 현대캐피탈의 홈구장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 최근 찾은 이곳은 젊음의 활기로 가득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45)은 “선수들의 짜임새가 지난 시즌보다 좋아질 것 같다. 부족한 게 많은데도 주눅 드는 일이 없다. 젊음의 힘이 아닐까 싶다”며 웃었다.

재창단 수준의 강도 높은 리빌딩. 최 감독도 확신을 갖기 어려웠다. 2라운드 시작에 앞서 현직 주장인 신영석(한국전력)까지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으며 미래자원을 수집했다. 최 감독은 “나 스스로도 ‘우승에 기여했던 선수들에게 너무 모질게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했다. 고민이 많았고 선수들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팀의 미래가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결정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프로구단이 성적을 포기하고 새롭게 뭔가를 만든다는 게 가능할까 싶었다. 구단주인 정태영 현대캐피탈 부회장의 지원이 없었다면 결코 쉽지 않았을 작업”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리빌딩의 성과는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 3라운드까지는 5승11패(승점 14)로 고전했으나, 4라운드 이후 10승8패(승점 27)로 선전했다. 같은 기간 승점 4위. 최 감독은 “선수들이 혼란을 겪은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이 자리를 잡았다. 상대도 시즌 초와 다르게 긴장하고 경기에 들어왔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스포츠동아DB


‘스피드배구’ 꺼내든 지략가, 이젠 파훼법이다

새 시즌에 앞선 컵대회. 최 감독은 ‘중력서브’라는 화두를 던졌다. 서브 토스를 기존보다 2m 이상씩 높게 올려 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근력운동으로 서브의 강도를 높이는 데 한계를 느꼈기에 모든 선수들에게 이 방법을 제시했다. 6년 전 최 감독은 부임 직후 ‘스피드배구’를 V리그에 도입했고, 이제는 한국배구의 트렌드가 됐다. 하나의 흐름을 선도한 팀은 이제 이를 파훼하기 위해 새로운 키워드를 꺼냈다.

물론 모두가 갑자기 2m 높은 서브를 때릴 수는 없는 노릇. 최 감독은 “세터인 (김)명관이가 가장 잘 소화하고 있다. 안 되는 선수도 있다. 18명이 모두 소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두 명만이라도 새로운 변화로 재능을 찾는다면 성공이다. 올 시즌엔 김명관의 서브가 그 사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명관은 지난 시즌보다 더 기대를 하고 있다. 이젠 프로로 팀을 이끌어나갈 선수가 되느냐의 갈림길 앞에 있다. 올 시즌엔 그걸 돌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물론 리빌딩이 완성 단계는 아니다. 여전히 적잖은 시행착오와 맞닥뜨릴 수 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선수들을 믿는다. “선수들이 기가 죽거나 주눅 드는 경우가 없다. 경기에 패한 날엔 아쉬워하지만, 다음날 훌훌 털고 온다. 앞으로 승리가 쌓일수록 더 무서운 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겨울부터 높아진 서브 토스 2m보다 더 훌쩍 자랐다. 패배의 아픔은 금방 털고, 승리의 기쁨은 성장동력으로 삼는 젊음. 최 감독과 현대캐피탈의 올 시즌 확고한 지향점이다.

천안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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