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방송된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연출 허진호‧박홍수, 극본 김지혜, 제작 씨제스엔터테인먼트‧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11회에서는 부정(전도연 분)과 강재(류준열 분)의 재회가 그려졌다. 갈 길 잃고 헤매던 두 사람은 함께 천문대로 향했고,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왠지 모를 감정의 동요를 느꼈다.
부정의 메시지를 받은 강재는 종훈(류지훈 분)과의 약속도,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민정(손나은 분)과 딱이(유수빈 분)도 잊은 채 한달음에 파출소로 달려갔다. 부정은 반갑고도 애틋한 마음으로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강재는 “이부정 씨 보호자입니다. 친구입니다”라고 밝히며, 직접 인도인계 확인서에 사인 후 파출소를 나섰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기엔 늦은 시간이었고 거리도 멀었다. 게다가 버스는 끊긴 지 오래, 택시 호출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정처 없이 밤거리를 배회했다.
강재가 이끄는 길을 따라 오래된 기차역을 지나게 된 부정. 기차를 마지막으로 탄 때가 언제였냐는 질문에 강재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엄마 미선(강지은 분)과 산으로, 바다로,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갔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죽은 정우(나현우 분)의 이야기를 꺼내며 ‘이 사람은 왜 죽고 싶은 걸까. 공부도 많이 하고, 회사도 다녔었고, 아버지도 있고, 남편도 있는데… 마음은 또 왜 허한 걸까. 돈이 아주 없지 않은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부정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사실은 ‘왜 이 먼 데까지 와줬을까. 혹시 내가 걱정돼서 왔나. 아버지 때문에 불쌍해서 그러나’ 생각했다며, 그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기만 하던 강재가 처음으로 꺼낸 부모님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에 잘해주고 싶었고, 그래서 자신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고민했다고 했다. 괜히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진 강재는 “어디 집 말고 가보고 싶은데 있어요?”라고 물으며 “산에 갔다가, 바다에 갔다가, 그리고 집으로 갈까요?”라고 제안했다.
강재는 부정과 천문대로 향하는 동안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왔던 기억을 회상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오른 두 사람은 쏟아질 듯 아름다운 별빛에 말을 잃었다. 하지만 밤공기는 차가웠다. 때마침 함께 산길을 오르다가 마주친 일행 중 한 사람이 담요와 텐트를 건넸다. 좁은 텐트 안에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한구석에 누운 부정은 파출소에서 경찰이 말한 일 년 전 사건에 대해 운을 떼며 “살면서 후회하는 몇 가지 일 중 하나”라고 했다. 이어 왜 마음이 허한지 궁금했다는 강재에게 “난 아무것도 못 됐거든요”라며 공허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날 두 사람의 재회는 결정적 터닝포인트였다. 부정의 마음은 알 수 없는 감정들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방송 말미에는 미동 없이 누워있던 부정이 “얼굴 한 번만 만져봐도 돼요?”라고 묻자, 천천히 고개를 돌린 강재가 그와 눈을 맞춰왔다. 어느새 부정의 마음에 강재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강재에게도 줄곧 부정은 걱정되고 궁금했던 ‘친구’ 이상의 존재였다. ‘금지된 마음’이라는 부제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는 두 사람, 여기에 부정의 수상한 변화를 감지하면서도 남편을 잃고 슬픔에 잠긴 경은(김효진 분)의 곁을 지킨 정수(박병은 분). 복잡하게 뒤얽힌 감정과 어긋난 관계가 남은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한편,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 12회는 오늘(10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사진제공= JTBC <인간실격> 11회 방송 캡처
동아닷컴 조성운 기자 madduxl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