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기형 아들 이호재 “아버지 명성 뛰어 넘어야죠”

입력 2021-10-12 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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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이호재.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1부) 포항 스틸러스 공격수 이호재(21)는 요즘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그는 3일 원정으로 열린 광주FC전서 후반 교체 투입돼 멀티 골로 팀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프로 데뷔 골을 장식한 것은 물론이고 포항의 4연패를 끊은 게 무엇보다 기뻤다. 덕분에 K리그1 33라운드 MVP에 선정됐다. 축하전화가 쏟아졌다. 낯설었지만 마냥 행복했다. 이호재는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예전에 지도해주신 감독님께서도 연락을 주셨다”며 싱글벙글했다.

이호재는 올 시즌 신인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뉴질랜드에서 보낸 그는 대건고(인천)와 고려대를 거치면서 주목을 받았다. 탄탄한 체구(192cm·84kg)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격력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고려대 2학년을 마친 지난해 12월,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외국인 선수의 합류가 늦어지면서 개막전부터 4월까지 교체로 6차례 출전하는 기회를 얻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는 “주어진 시간동안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지만 감독님이 원하는 플레이가 나오진 않았던 것 같다”며 시즌 초반을 되돌아봤다.

이호재는 포항 김기동 감독의 한마디 한마디를 ‘금과옥조’처럼 여겼다. 김 감독이 강조하는 건 ‘자신감’이다. 이호재는 “항상 경기장에 자신 있게 들어가고, 자신 있게 나오라고 말씀하신다. 훈련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게 큰 도움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광주전 멀티 골 이후 김 감독은 “이호재는 신체 조건과 슈팅 강도가 좋아 골키퍼 입장에서 막기 힘들다. 스트라이커로서 키워줘야 한다”며 칭찬했다.


포항 이호재. 사진제공 | 포항 스틸러스


등번호 20번에 담긴 사연도 깊다. 20번은 이동국(은퇴)이 포항에서 뛸 때 달던 번호다. 김 감독은 이동국처럼 성공하라는 의미에서 20번을 건넸다. 신인에겐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호재도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감사한 일이다. 평소에도 이동국 선배님을 좋아했다. 롤 모델이다. 영상을 찾아보고 따라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호재는 이동국과 함께 로멜로 루카쿠(첼시)를 닮고 싶다고도 했다.

이호재는 알려진 대로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이기형 전 부산 아이파크 감독(47)의 아들이다. 이 감독은 1996년 수원 삼성에 창단 멤버로 입단해 수원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었다. 특히 ‘캐넌 슈터’로 불릴 정도로 중거리 슈팅이 인상적이었다. 이 감독은 아들의 멀티 골에 으쓱해졌다. 이 감독은 “더 많은 관심 부탁한다”며 속마음을 전했다. 이호재는 “대학교 1학년 때 이후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호재에 따르면, 이 감독은 2골 중 동점 헤딩골은 타점이 좋았고, 후반 추가시간 역전 골은 타이밍이 절묘했다고 칭찬했다.

슈팅은 이호재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다.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그는 “슈팅은 평소 연습을 많이 하고 있고, 자신도 있다. 슈팅의 강도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탁월한 골 결정력에 대해서도 “고교와 대학교 다닐 때 골을 많이 넣었는데, 위치선정이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호재의 목표는 아버지의 명성을 뛰어 넘는 것이다. 그는 “옛날에는 아버지의 명성이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익숙해졌다”면서 “아버지를 뛰어 넘는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며 각오를 밝혔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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