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길 위에서 1,882일째 농성중인 해고노동자 재복이, 해고무효소송의 최종 패소가 결정되자 집으로 열흘 간의 휴가를 떠나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거친 삶에 지친 모두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인간의 아름다운 품격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파마''결혼전야''천막' 등에서 우리가 마주한 사회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섬세하게 담아온 이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위태로운 삶의 밥줄을 붙들고 살아가는 모두를 위로하는 웰메이드 휴먼 드라마다. 이웃에 있을 법한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어른의 얼굴과 연기로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을 수상한 이봉하 배우를 비롯해 김아석, 신운섭 배우 등의 실감나는 연기도 언론과 평단, 관객의 만장일치 호평을 받았다.
이란희 감독은 연극배우 출신으로 '뇌절개술'(2004), '낮술'(2009) 등의 장편 독립영화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주목받은 연기파 배우이자, 단편영화 '파마'(2009)의 연출을 시작으로 '결혼전야'(2014), '천막'(2016) 등의 묵직한 메시지의 단편영화로 독립영화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받아온 재능 있는 감독이다.
1996년부터 8년간 극단 한강에서 배우와 기획자로 활동한 이란희 감독은 2009년 단편영화 '파마'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출 활동에 뛰어들어 우리 사회의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섬세하게 담은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특히 '파마'는 제6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었으며, 제26회 함부르크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상 등을 수상하며 크게 주목받았다. 결혼 이주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파마'를 기점으로, 지난 10여년 동안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다양한 인물들을 영화에 담으며 독보적인 휴먼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이어왔다.
이란희 감독의 단단한 필모그래피에는 든든한 조력자가 존재한다. 이란희 감독의 남편이자 '휴가'에서 ‘우진’ 역을 맡은 신운섭 배우가 그 주인공. '휴가'에서는 프로듀싱은 물론 조연배우로 참여하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수많은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등에서 단역과 조연, 주연 등 배역을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열연을 펼치고 있는 신운섭 배우. 그는 이란희 감독의 습작 작업뿐만 아니라 단편영화 '파마'(2009), '결혼전야'(2014), '천막'(2016)에서 제작실장과 프로듀서의 역할로 참여하며 아내 이란희 감독과 영화 동지로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다. 아내와 감독과 배우로 호흡을 맞춘 건 ‘휴가’가 처음이다.
신운섭은 ‘휴가’에서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냉철하고도 현실적인 중간 관리인 ‘우진’ 역을 맡아 직원들에게 무관심한 듯한 생활 연기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신운섭 배우는 “이란희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 작품에 진정성이 있고, 등장인물에 진심을 다할 줄 안다. 나는 배우기 때문에 이란희 감독의 작품에 배우로 출연하고 싶었지만, 캐스팅되는데 10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만큼 이란희 감독은 자신의 한 작품 한 작품에 정성을 다하는, 까다로운 감독이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하며 이란희 감독과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란희 감독이 연출하고 남편이자 영화 동지인 신운섭 배우가 프로듀싱과 연기에 참여하며 특별한 인연의 시너지를 발휘한 영화 '휴가'는 10월 21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함나얀 기자 nayamy9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