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인생 제3막 황선홍, 어떤 색깔을 보여줄까? [스토리사커]

입력 2021-10-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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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지도자 황선홍(53)이 걸어온 길은 명암이 뚜렷하다.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 정점을 찍고 은퇴한 뒤 전남 드래곤즈에서 코치생활을 하다가 2008시즌 부산 아이파크에서 처음 지휘봉을 잡았다. 2011시즌부터 4년간 맡은 포항 스틸러스에서 국내 축구 사상 처음으로 K리그와 FA컵 동시 우승(2013년)을 달성하는 등 황금기를 보냈다. FC서울로 옮긴 첫 해(2016년) 불미스러운 일로 전북 현대의 승점 삭감 덕분에 정규리그 정상에 오를 때까지는 그야말로 꽃길이었다.

오르막만큼이나 내리막도 가팔랐다. 2018시즌 초반 성적부진과 함께 고참 선수들과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서울에서 사퇴했고, 이듬해 중국 슈퍼리그 옌벤 푸더 지휘봉을 잡았지만 재정난으로 ‘구단 해체’라는 불운도 마주했다. 지난해엔 기업구단으로 변모한 K리그2(2부) 대전하나시티즌의 창단 감독을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구단과의 불화설 속에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물러났다. 지난 3년여 동안은 고난의 가시밭길이었다.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지도자 인생 제3막은 다른 무대다. 이번엔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동안 클럽 팀만 지도했던 그가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내년 U-23 아시안컵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그리고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연령별 대표팀을 책임진다. 황 감독은 “태극마크는 모든 선수와 감독의 꿈”이라면서 무한한 책임감을 강조했다.

팬들의 관심은 황 감독이 추구할 색깔이다. 그동안 그가 강조한 것은 ‘짜임새’다. 이는 선수 구성이나 경기 내용 등 모든 면에 해당된다. U-23 대표팀을 파리올림픽까지 끌고 가기 위해선 밑그림과 함께 전체적인 틀을 완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속도감’과 ‘창의성’에도 방점이 찍힌다. 현대 축구의 방향이 바로 속도다. 속도를 동반하지 않는 플레이는 살아남지 못한다. 황 감독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이다. 팬들 입장에선 속도감 넘치는 대표팀을 기대해볼만하다. 선수들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것도 지상과제다. 경직되고 틀에 박힌 전술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선수들 스스로가 풀어가는 능력을 키워줘야 국제 경쟁력이 생긴다는 게 황 감독의 지론이다.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소통’도 키워드다. 경기장에선 선수들이 주연이다. 연령별 대표팀에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도 지도자가 할 일이다. 황 감독도 “내 틀보다는 그들의 틀에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소통을 통해 선수와 깊은 신뢰를 쌓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황선홍호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 대표팀은 20일 오전 U-23 아시안컵 예선 H조 경기가 열릴 싱가포르로 떠났다. 한국은 25일 필리핀, 28일 동티모르, 31일 싱가포르와 조별리그를 치른다. 예선 11개조 1위 팀과 각 조 2위 중 상위 4팀, 그리고 개최국 자격의 우즈베키스탄 등 총 16개국이 본선 무대(2022년 6월)에 오른다. 감독 취임 후 처음 치르는 공식 대회에서 황 감독이 어떤 축구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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