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포항에 자극받은 전남,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시간 [FA컵 현장]

입력 2021-10-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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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 스포츠동아DB

포항 스틸러스와 전남 드래곤즈는 같은 모기업(포스코)을 둔 ‘형제구단’이다. 다만 ‘노는 물’은 다르다. 포항은 K리그1(1부), 2018시즌 후 강등된 전남은 K리그2(2부) 소속이다.

예나 지금이나 두 팀은 늘 비교대상이었고, 대개는 전남이 머쓱한 입장이었다. 최근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포항이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 오르면서다. 세레소 오사카, 나고야 그램퍼스(이상 일본)를 꺾은 데 이어 4강전에선 울산 현대마저 잡았다. 다음달 24일(한국시간)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결승만 남았다.

이를 지켜본 전남 구성원들의 마음이 편할 리는 없다. 형제구단의 선전이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한편이 묘하게 아리다. 물론 사촌이 땅을 샀을 때의 감정이 아니라, 긍정적 자극으로 삼으려는 마음이다.

전남 드래곤즈.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강등 3년차,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한 전남의 의지는 단단하다. 풍부하진 않아도 경험 많은 실력자들로 스쿼드를 구축했고, 수비에 무게를 실은 뚜렷한 팀 컬러로 1경기만 남겨둔 K리그2 정규리그에서 4위를 조기에 확정했다. 전남은 다음달 3일 승격의 첫 걸음인 K리그2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이기면 나흘 뒤 PO를 거쳐 K리그1 11위와 승강 PO를 치를 수 있다.

27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2021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은 그간 전남의 치열한 노력을 증명한 시간이었다. ACL 결승을 앞둔 포항처럼 선전을 거듭해 FA컵 우승을 차지하고픈 속내뿐 아니라, 곧 시작될 짧고 긴 승격 레이스에도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전남은 이날 K리그1 우승을 노리는 울산을 상대로 선제골과 추가골을 잇달아 뽑는 등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토너먼트에 다음이란 없다”는 전경준 전남 감독의 짧고 굵은 한마디는 임전무퇴의 투지를 상징하기에 충분했다.

울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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