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고척스카돔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T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중립 경기가 열렸다. 7회말 KT 이강철 감독이 선수를 교체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KT는 18일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S 4차전에서 8-4로 이겨 창단 첫 정규시즌-KS 통합우승 달성에 성공했다. 평정심을 최대한 유지하는 스타일의 이 감독도 이 순간만큼은 기쁨을 온전히 즐겼다.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KS를 제패한 것은 김재박, 선동열, 조범현, 김태형 감독에 이어 이 감독이 5번째다. 아울러 KS MVP 출신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트로피를 들어올리게 됐다.
이 감독의 리더십이 빛을 보는 순간이다. 이 감독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해태 타이거즈 왕조의 중심이었다. 선동열 전 감독에 이어 2인자라는 꼬리표도 따라붙었지만, 그 쟁쟁한 팀에서 두 번째 카드였다는 것만으로도 리그 대표 투수라는 표현이 가능했다. 현역 시절부터 차분한 성격에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스타일로 ‘준비된 감독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해태의 DNA가 가득했기 때문에 KIA 타이거즈에 남았다면 지도자로서 로열로드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 감독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 두산 베어스에서 수석코치와 2군 감독을 역임했다. 이 감독 스스로는 이때의 경험이 자신의 시야를 넓히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여기에 비야구인 출신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했다. 특히 2010년대 중후반부터 KBO리그에도 주류로 탈바꿈한 세이버메트릭스 학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입버릇처럼 “올드한 감독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며 연구를 이어갔다.
선수로 쟁쟁한 커리어를 보낸 이가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건 KBO리그에서 편견이 아닌 정설처럼 여겨졌다. 실제로 성공사례보다 그렇지 못한 사례가 훨씬 많았다. 자신이 쌓아온 경험을 선수들이 이해하지 못할수록 답답함이 커지는 경우가 잦았다. 이 감독은 그럴 때일수록 귀를 열었다. 자신의 것을 납득시키기보단, 선수와 접점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 선수단에게 ‘자신을 위한 야구를 하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많은 현장 야구인들은 “보통 인격을 갖춘 사람이 선수나 감독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이 감독은 그 반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8일 KS 4차전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기뻐하는 선수들을 뒤로 하고 김태형 두산 감독과 강석천 수석코치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넸다. 승자의 품격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야구인 순혈주의를 버렸다. 자신이 쌓은 커리어가 원체 대단하기 때문에 그 무게를 내려놓기는 더 쉽지 않았을 터. 이 감독은 그렇게 우승 감독으로 자신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