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며느리의 약속…철학자 시아버지가 남긴 따스한 가족애

입력 2021-11-22 1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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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키르케고르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고 평생 물으며 세계의 주체자로서 삶에 관심을 쏟았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불안과 절망을 뛰어넘어 ‘단독자’로서 삶을 강조했다.

세상에 뚜렷한 철학적 족적을 남긴 학자의 생각을 이렇게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이 결례이며 무리일지언정, 이를 평생 연구해온 석학에게는 말 그대로 삶의 한 실천으로 다가섰음이 분명하다.

키르케고르 철학의 최고 권위자이자 ‘키에르케고어 학회’의 초대 회장을 역임한 고 표재명 고려대 명예교수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고 평생 물으며 세계의 주체자로서 삶에 관심을 쏟았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불안과 절망을 뛰어넘어 ‘단독자’로서 삶을 강조했다.

세상에 뚜렷한 철학적 족적을 남긴 학자의 생각을 이렇게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이 결례이며 무리일지언정, 이를 평생 연구해온 석학에게는 말 그대로 삶의 한 실천으로 다가섰음이 분명하다.

키르케고르 철학의 최고 권위자인 고 표재명 고려대 명예교수가 바로 그이다.

1978년 표재명 교수는 키르케고르의 고향인 덴마크의 코펜하겐대학 연구교수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1년 동안 공부한 그는 아내와 세 자녀에게 엽서를 써 보냈다. 세 자녀에게는 삶의 주체가 되라고 권했고, 아내에게는 그리움의 가슴을 내어보였다.

엽서는 가족들에게 남았다. 하지만 엽서를 보낸 남편이자 아버지는 이제 세상에 없다. 표 교수는 2016년 폐렴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큰아들 부부는 아버지의 엽서를 모아 5주기 즈음 한 권의 책에 담아 엮기로 했다. 하지만 큰아들마저 2019년 세상과 이별했다.

큰아들의 부인 박정원 이화여대 연구교수가 남편과 나눈 약속을 지켰다.

시아버지처럼 철학박사이기도 한 박 교수가 최근 엮어 내놓은 ‘덴마크에서 날아온 엽서’(드림디자인)이다.

엽서 속에서 표 교수는 인간의 ‘영혼에 대한 관심’을 밑바탕에 깔고 올곧으면서도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두 아들과 딸이 주체적인 인격체로 자라나기를 소망했던 아버지, 낯선 땅이 안겨주는 신비함과 설렘 속에서 사랑과 그리움을 감추지 못하는 애틋한 남편의 마음이 거기 있다. 가족에게 보내는 안부와 사랑과 그리움과 당부의 글은 세상 사람들에게도 가 닿을 만하다.

아내와 세 자녀는 남편이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간 뒤 생전 함께 보낸 시간을 소중하게 돌아본다. 또 이를 글로 묶어 아버지가 남긴 엽서 한 켠을 채운다.

단순한 에세이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책은 덴마크에서 일상을 보내는 외지인의 시선으로 쓴 여행기로도 읽힌다.

시아버지가 가족에게 보내온 엽서를 주로 엮은 책이므로 저자는 마땅히 표재명 교수이다. 박 교수는 엮은이로 이름을 올렸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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