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표명한 코치에게 감독대행 지휘봉…비상식이 판을 치는 IBK기업은행

입력 2021-11-23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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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상식의 틀 안에서 작동된다. 승부의 세계에서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패자의 축하와 승자의 위로로 그 냉혹함을 씻어낸다. 감독과 선수 사이의 딱딱한 규율도 소통으로 부드러워진다. 선수단과 구단은 비정한 계약관계이지만, 굳건한 신뢰로 동반자가 된다.

최근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 사태를 보면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비상식이 판을 치고 있다.

사달이 난 것은 주전 세터 조송화의 무단이탈 때문이다. 12일 KGC인삼공사전 이후 팀을 이탈했지만 구단은 쉬쉬했다. 16일 페퍼저축은행전을 앞두고 복귀했다가 다시 팀을 떠났다. 이쯤 되면 경위를 파악하고 즉각 중징계를 내렸어야 했다. 게다가 지난 시즌에도 무단이탈 전력이 있다. 더 이상 선수생활을 못하겠다면, 그에 걸맞은 조치를 취했으면 그만이다.


그 와중에 김사니 코치의 사의 표명은 정말 생뚱맞다. 선수 이탈로 뒤숭숭한 구단에 뒤통수를 친 꼴이다. 정확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선수관리를 잘못한 데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날 요량이었으면 깔끔하게 떠났으면 됐다. 그러면 ‘책임질 줄 아는 지도자’로 이름만은 남겼을 것이다. 그런데 구단의 설득에 곧장 복귀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다.

이번 사태로 구단은 감독과 단장을 동시에 경질했다.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 성적 문제라면 수긍할 만하다. 하지만 전체 맥락을 보면 전적으로 감독에게만 잘못을 지울 순 없다. 선수와 불화 때문에 감독이 희생양이 된 꼴이다. 특히 구단이 선수 편에 서서 일을 처리한 듯한 인상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구단은 22일 저녁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국배구연맹(KOVO) 임의해지 규정(제22조)에 따라 조송화에 대해 임의해지를 결정했다는 내용이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면서 임의탈퇴는 임의해지로 바뀌었다. 선수의 의사가 우선되는 제도다. 임의해지 공시가 되면 3년이 되는 날까지는 다른 구단과 계약할 수 없고, 해지 당시 소속구단과만 계약해 복귀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결정이 서류 미비로 KOVO로부터 반려됐다. 절차도, 행정도 엉망이다.

구단에 따르면, 김 코치가 23일 흥국생명과 원정경기에서 벤치에 앉는다. 구단은 “임시대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임 감독이 선정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감독대행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코치가 잔여시즌을 맡는 게 아니라고 적극 해명했다. 가관이다. 아무리 벤치에 앉힐 코치가 없다지만 감독을 경질하자마자 팀을 떠나겠다는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기는 게 과연 상식적인 일일까. 또 그 코치는 어떤 생각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비상식이 판을 치고 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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