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 김현수, 김재환, 손아섭, 박건우, 박해민(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그러나 2021시즌 FA 계약을 한 허경민과 정수빈(이상 두산)이 트렌드에 변화를 불러왔다. 허경민의 계약 규모는 7년 최대 85억 원이다. 4년 65억 원의 계약이 끝나면, 선수의 의지에 따라 3년 20억 원의 연장계약이 가능하다. 정수빈은 6년 총액 56억 원에 계약했다. 31세인 이들에게 7년과 6년의 장기계약은 평생 ‘두산맨’으로 남기겠다는 의미다.
이들의 계약이 ‘최대 4년’이 주를 이뤘던 FA 시장의 트렌드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99년 말 처음 도입돼 2000시즌부터 2020시즌까지 총 21차례의 FA 시장에서 2차례뿐이었던 6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2021시즌에만 2명이 따낸 것은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2022시즌 FA 시장에는 30대 초반의 대어급 선수들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6년 이상의 장기계약이 여럿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나성범(32)을 비롯해 김현수, 김재환, 손아섭(이상 33), 박건우, 박해민(이상 31) 등 30대 초반의 외야수들은 그동안 충분히 꾸준함을 증명했기에 원 소속구단뿐 아니라 전력보강을 원하는 타 구단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산 허경민(왼쪽), 정수빈. 스포츠동아DB
금액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선수생활이 보장되는 계약기간 또한 선수들에게는 중요한 요소다. 영입전이 치열해지면 계약기간을 늘려 선수의 마음을 돌릴 수도 있다. 실제로 2021시즌 정수빈도 두산과 타 구단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4년이었던 계약기간이 6년으로 올라간 케이스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트렌드는 변한다. 이 과정에서 FA 계약의 유형도 다양해졌다. 보장액보다 옵션을 키워 동기부여를 하고, 2020시즌 롯데로 이적한 안치홍은 옵트아웃 조항을 포함한 계약으로 관심을 모았다. 생소했던 유형의 계약들이 나오면서 보는 재미도 그만큼 올라갔다. 물론 스타급 선수들과 10년 안팎의 장기계약을 맺는 게 일상화된 메이저리그와는 시장 규모가 다르지만, 천편일률적이었던 국내 FA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은 음미해볼 만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