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사진전, 풍경이 마음에게 그 두 번째 ‘겨울’ [전시]

입력 2021-12-27 16: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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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이 사진전 <풍경이 마음에게 그 두 번째 ‘겨울’>을 연다.
2018년 5월 인사동 윤갤러리에서 <풍경이 마음에게 그 첫 번째 ‘시작’>을 연 이후 두 번째 전시다.

이번 전시는 서울신문 서울갤러리가 진행한 제2회 전시 작가 공모에 선정되어 이루어졌다.
스스로를 ‘풍경택배작가’라고 칭하는 김도형 작가는 그동안 주로 인스타그램(photoly7)을 통해 전국 각지의 풍경을 택배기사가 물품 수거하듯 파인더에 담아와 사람들의 마음에 배달했다.

경성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30여 년간 언론사 포토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중학생 때부터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사진관에서 빌린 올림푸스 하프사이즈 EE3 카메라로 풍경을 찍었다고 한다.

고등학생이 되어 그리 풍족하지 않은 시골 살림의 현실 속에서 비싼 SLR 카메라와 사진 확대기를 사달라고 아버지께 말씀드렸을 때는 마침 1983년을 전후해 전 국민 주민등록증 일제 갱신기간이었다.
주민증에 붙일 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에 구름 같이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본 아버지가 ‘사진은 돈이 되는 기술’이라는 것을 깨닫고 선뜻 사주었다고 한다.


그때 산 카메라로 찍은 흑백필름 첫 롤을 현상하고 간이 암실로 개조한 사랑방에서 인화했을 때 백지 위에 서서히 피어오르던 사진을 본 작가는 “차라리 그것은 마술에 가까웠다”고 회상한다.

40여 년간 찍은 많은 분량의 사진 중에 비교적 최근에 찍은 겨울풍경을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작가는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닌 가장 근원적인 풍경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고취 시키려는 입장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있다.
풍경을 대서사적 거대 담론이 아닌, 자기 내면의 감정을 담담하게 표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가는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마치 비밀의 공간에 혼자 들어선 것처럼 풍경을 마주 한다. 작가가 즐겨 포착하는 피사체는 새, 나무, 안개, 눈 등으로 대부분의 사진에는 여백이 있다.
여백은 작품을 감상하는 이에게 심리적 이완을 주면서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비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채워지는 역설적인 공간이 프레임 안에 존재한다.
김 작가의 사진은 공간의 경계를 흐리며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풍경이 아니다.
그저 거대하고 차갑고 무거운 도시 공간을 탈출해 차를 몰고 한 시간만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친숙한 풍경이다.


감상자로 하여금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차분히 사유하는 시간을 이끌어 내고 풍경의 고유한 매력을 발견하게 만든다.
잔잔하고 은유적인 요소가 가미된 최상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대여섯 시간 동안 풍경의 공간 안에서 기다리는 것이 예사다.

작가는 “기다리면 감사하게도 꼭 찾아온다”고 말한다.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찍고 싶으면 어느 순간 날아가는 새의 무리를 마주하게 되는데 이것은 선물 같은 순간이다.
‘버드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 작가의 사진에는 다양한 새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풍경을 프레임에 가둘 때 느꼈던 행복감이 감상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팬데믹에 지친 일상에 잠시 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사진이 되기를 소망한다.
소박하지만 순정이 느껴지는 사진들의 장면은 겨울이지만 오히려 따뜻한 울림이 전해진다.
김도형 작가의 서정적 감성 풍경들은 2022년 1월 7일부터 14일까지 서울신문 서울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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