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도로공사의 4R 맞대결이 남긴 얘기들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2-01-09 12: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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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KOVO 홈페이지

8일 수원에서 벌어진 현대건설-도로공사의 4라운드 맞대결은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레이스의 분수령이었다. 개막 12연승을 달리던 현대건설이 3라운드 김천 원정에서 도로공사에 2-3으로 패했는데, 이를 계기로 12연승을 질주하던 도로공사를 이번에는 현대건설이 멈춰 세웠다.


●왜 두 팀은 정규리그 1위를 원하나?

이제 두 팀의 승점차는 14. 지난 시즌 GS칼텍스가 4라운드까지 승점 12 차이를 뒤집은 적은 있지만,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는 사실상 현대건설이 예약했다. 다만 아직 2차례 맞대결이 남아있는 데다, 주전선수들의 부상 등 변수가 있기에 현대건설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도로공사도 마찬가지다.

사진출처 | KOVO 홈페이지



두 팀 감독은 플레이오프(PO)를 거칠 경우 생길 주전들의 체력부담을 걱정한다. 3년 전 도로공사는 GS칼텍스와 PO 3경기를 모두 풀세트로 치른 끝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그러나 30대 베테랑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된 도로공사는 흥국생명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감독인 아빠도 구하지 못한 티켓


워낙 관심이 컸던 8일 경기는 1767명의 관중이 지켜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수용가능 인원의 50%만 입장시키다 보니 티켓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몰려드는 입장권 구입 청탁에 두 팀 프런트의 전화기는 뜨거웠다. 온라인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티켓이 모두 팔려 방법도 없었다. 그 바람에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과 박종익 수석코치는 가족들에게 혼났다. 김 감독은 “중학교 1학년 딸이 ‘아빠가 감독이면서 티켓도 못 구하냐’고 구박하더라. 그래서 그냥 집에서 TV로 보라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진출처 | KOVO 홈페이지



●체력회복과 천연산 벌꿀
두 팀 감독은 4라운드 맞대결이 모두에게 힘든 경기라고 판단했다. 3라운드 때와 달리 두 팀 모두 컨디션이 떨어지던 차에 만났기 때문이다. 특히 도로공사는 5일 페퍼저축은행, 8일 현대건설에 이어 12일 흥국생명까지 원정이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이다. 도로공사는 이동거리를 줄이려고 아예 10일간 김천에 내려가지 않고 수도권 호텔과 도로공사 연수원에서 생활한다. 선수들의 체력회복을 위해 천연 꿀을 구입해 훈련 때마다 먹도록 하고, 연수원에서 식사비는 한 끼 당 3만원을 책정해 잘 먹고 잘 쉬면서 좋은 결과를 바라고 있다.


●두 팀의 승패를 가른 것은?

현대건설의 복수전이 됐다. 도로공사는 내심 걱정했던 부분이 발목을 잡았다. 최근 12연승 동안 모든 선수들이 잘 해줬지만, 박정아의 공격성공률이 들쭉날쭉한 것이 찜찜하던 차였다. 30% 이상의 공격점유율을 담당하는 박정아가 공격성공률 40% 언저리면 쉽게 이겼고, 20%대에 그치면 고전했다. 8일 맞대결은 후자였다. 여기에 복통이 생긴 외국인선수 켈시마저 29%의 공격성공률에 머무른 것이 패인이었다. 김 감독은 연승의 주역이었던 ‘신데렐라 세터’ 이윤정의 경험 부족을 아쉬워했다.

현대건설 김주하. 사진출처 | KOVO 홈페이지



●베테랑 리베로 김주하의 눈물
현대건설은 최근 고단한 일정에 처져보이던 외국인선수 야스민이 36득점의 괴력을 발휘해준 덕분에 양효진이 평소보다 힘들어했지만 세트스코어 3-1로 이겼다. 수훈선수는 리베로 김연견의 공백을 메워준 베테랑 김주하(30)였다. 그는 프로무대 12년째로, 실업배구에 있다가 김연견의 부상으로 2019~2020시즌 도중 컴백했다. 경기 후 김주하는 많은 것을 함축한 눈물을 쏟았다. 그는 1라운드 페퍼저축은행과 원정경기 후에도 상대팀 리베로 문슬기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은 목포여상 동기다. 김주하는 “10년 이상 서로 다른 배구선수 인생을 살아오다가 프로무대에서 처음 만났는데, 얼마나 힘들지 잘 알기에 눈물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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