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수 “수상 기쁘지만 평정심…공연 연습 있어요”

입력 2022-01-11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골든글로브 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배우 오영수의 TV부문 남우조연상 수상 소식을 알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사상 첫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오영수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내게 말했다…오영수, 너 참 괜찮은 놈이야
세계속의 우리가 아닌 우리속의 세계…모두 아름다운 삶 사세요”
“너 참 괜찮은 놈이야!”

여느 화려한 시상식처럼 시상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른 게 아니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결과만 생중계하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부문 남우조연상의 짧은 설명과 함께 “O Yeong-su”(오영수)라는 영문 이름의 텍스트만 공개했을 뿐이다.

세상을 뒤흔든 순간이었다.

여든을 앞둔 노인은 수상 소식을 넷플릭스 관계자에게 전해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습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오영수(78)는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거머쥐고 쏟아지는 축하 전화에도 그저 “감사합니다”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자제력을 잃지 말아야죠.”

그는 지난해 ‘오징어게임’의 세계적인 인기를 뒤로하고 7일부터 연극 ‘라스트 세션’에 출연 중이다. 이날도 당장 11일 오후 8시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 “너무 기쁘지만, 연습을 위해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한다”면서 “기본으로 돌아가 열심히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그가 연극 무대를 고집한 이유도 자제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당시 ‘라스트세션’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갑자기 부각되니까 광고와 일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며 “배우로서 가지고 있던 중심이 흐트러지면서 혼란스러웠다. 자제력을 잃진 말아야지 하는 중에 이 연극이 왔다. 연습하면서 다행히 평심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그가 많은 이에게 “평정심을 유지하라”고 건넨 메시지는 유재석의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정말 붕 뜬 기분이고, 지금은 조금 내 자신을 정리하며 자제심을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에는 1등 아니면 안 될 거처럼 흘러갈 때가 있어요. 그런데 2등은 1등에게 졌지만 3등에게 이긴 거 아니겠어요. 모두가 승자죠. 진정한 승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애쓰면서 내공을 가지고 어떤 경지에 이르려고 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이 메시지는 아직도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다.


●“여러분도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


오영수는 ‘아름다운’이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이날 역시 짧은 수상 소감에서 이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입니다.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그는 앞서 ‘오징어게임’과 관련된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회, 아름다운 사람 등 ‘아름답다’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좋다”며 “내가 언젠가 무대를 떠날 텐데 그때 떠나는 뒷모습도 아름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