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 “민머리 대본을 왜 나한테 준거야?”

입력 2022-01-1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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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서진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내과 박원장’을 통해 데뷔 22년 만에 처음으로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다. 탈모 고민에 시달리는 초보 개업의 박원장 역을 위해 민머리 분장까지 과감하게 소화했다. 사진제공|티빙

‘젠틀맨’ 이서진, ‘내과 박원장’ 대본 받고 내뱉은 첫 마디

민머리 포기하려 하자 분장 제의
분장할 때마다 2시간…급후회
모든 캐릭터가 제 정신 아니다
코믹 연기의 진수, 기대하시라
파격이다 못해 충격적이다.

‘뉴요커’ ‘미대 오빠’라는 엘리트 이미지로 여성 팬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배우 이서진(51)이 거침없이 망가졌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얼굴의 ‘보조개 미소’는 그대로지만, 바람에 흩날리던 머리는 오간 데 없다.

그는 최근 1,2회가 공개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내과 박원장’에서 민머리 분장을 서슴없이 선보였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는 진정한 의사를 꿈꿨지만 손님 없는 진료실에서 의술과 상술 사이를 고민하는 초보 개원의의 생존기를 그리고 있다. 극중 이서진은 돈 많은 명의가 꿈인 내과 개원의이자 평범한 가장인 박 원장 역을 맡았다.

데뷔 22년 만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코믹 연기다. 비록 드라마 속 캐릭터라고 해도 데뷔해 줄곧 ‘재벌 2세’ ‘실장님’ 등 반듯한 캐릭터만 맡아왔고, 이 같은 모습이 실제와 크게 다를 게 없었던 터라 이번 도전은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는 18일 오후 열린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처음 (출연)제의를 받고 웹툰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보니 캐릭터가 민머리였다”면서 “솔직히 이 대본이 왜 나한테 왔는지 모르겠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 쉬었다.

연출과 극본은 광고계의 ‘히트 메이커’ 서준범 감독이 맡았다.

이서진은 “(서 감독)이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대본을 보냈는지 정말 궁금해서 만났다”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더니 민머리일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 그러면 설정을 다 바꿀 순 없고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해서 제가 먼저 분장을 제의했다”고 말했다.

서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원작을 영상화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짠 내’나는 드라마로 가느냐, 코미디를 살려서 시트콤으로 가느냐를 고민을 했다”며 “시트콤을 선택한 순간 의외성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짠 내’와 정반대의 이미지를 찾았다. 예능에서조차 젠틀한 모습을 보였던 이서진을 원픽(주인공)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를 섭외하기 위해 대머리도 포기했는데, 의의로 민머리를 해준다고 해서 신나게 벗겼다”면서 캐스팅 비화를 털어놨다.

이서진의 호기심 반, 오기 반으로 출발한 도전이 결국 출연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는 “한번 분장하는데 1시간 반 정도 걸리고, 벗는데도 30분 정도 소요된다”면서 “분장하고 나서 괜히 한다고 했나 하고 후회했다”고 말했다.

이후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서진과 2018년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호흡을 맞췄던 라미란이 박 원장의 배우자이자 자칭 ‘내조의 여왕’ 사모림 역을 맡았다. 라미란 역시 코미디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로, 코믹 연기에는 ‘일인자’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광규도 극중 산부인과 원장으로 나온다.

“라미란 씨는 워낙 코믹 연기에 독보적이니까, 함께 한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했어요. 연기 호흡은 잘 모르겠고, 평상시 호흡은 잘 맞아요. 촬영을 하는 건지, 쉬는 건지 잘 모를 정도예요. 어떤 날은 수다만 떨다가 한 장면만 찍고 갈 때가 있으니까요. 모든 캐릭터가 ‘제정신’이 아니에요. 앞으로 이런 정신 나간(?) 코믹 연기가 잘 드러날 거라 자부합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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