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새 반토막 난 비트코인 투자자 ‘패닉’

입력 2022-01-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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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美 긴축 엎친데 규제 덮친 암호화폐 시장

6개월 만에 다시 4000만원대로 급락
러 중앙銀, 암호화폐 사용금지 제안
카자흐 등 채굴 주요국서 잇단 악재
투자심리 위축…자금회수로 이어져
암호화폐 시장의 심상치 않은 폭락세가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를 타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 크다. 또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등 비트코인 주요 채굴국에서 터진 악재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두 달여 만에 반토막난 비트코인

암호화폐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24일 오전 11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전날 대비 2% 가량 하락한 4336만2000원 대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기록했던 최고가(8270만 원)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난 가격이다. 비트코인 종가가 4000만 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알트코인의 대표주자인 이더리움 역시 같은 시간 업비트에서 전날 대비 3% 가량 하락한 300만2000원에 거래됐다. 이 역시 지난해 11월 최고가(580만 원) 대비 거의 반토막 난 수치다.

이번 폭락은 5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2월 의사록이 공개된 이후 조기 통화 긴축을 시사하면서 시작됐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 더해 시중에 푼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양적긴축(테이퍼링)까지 언급하자 시장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된 것이다. 비트코인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가격을 올렸던 만큼, 양적긴축 소식이 비트코인의 가격을 얼어붙게 할 만한 주된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26일 열리는 연준의 1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미국의 긴축이 시장 예상치보다 빠르고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암호화폐 시장의 자금회수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또 미국 증권위원회(SEC)가 현물 비트코인 ETF 출시 승인을 계속 거부하고 있는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SEC는 지난해 10월 비트코인 선물 기반 펀드인 ‘프로셰어스 비트코인 스트레티지 ETF’와 ‘발키리 비트코인 스트레티지 ETF’를 승인한 바 있다. 이에 한걸음 더 나아가 현물 비트코인 ETF도 승인 기대감을 높였지만,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이어 이번까지 총 3회나 거절하며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이라는 상징성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카자흐와 러시아에서 터진 악재도 영향


비트코인 주요 채굴 국가에서의 악재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 이은 비트코인 채굴 2위국인 카자흐스탄의 경우, 6일 정부의 액화석유가스 가격 급등에 반대하는 대정부 항의 시위가 발생하며 인터넷이 전면 차단돼 비트코인 해시레이트가 급락했다. 비트코인 해시레이트는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네트워크에 동원된 연산 처리 능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해시레이트가 높아지면 연산처리량이 많아져 채굴난이도가 올라가고, 이는 비트코인 공급량을 줄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 비트코인 채굴 3위국인 러시아의 경우, 러시아 중앙은행이 20일 보고서에서 암호화폐 채굴·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과거 러시아 정부가 암호화폐가 돈세탁이나 테러자금에 악용될 수 있다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에 대한 연장선으로 보인다.

이처럼 연달아 터지는 악재 속에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 커뮤니티에서 한 투자자는 “지난해 12월 초 크리스마스 랠리를 노리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매수했는데, 두 달 만에 반토막이 났다”며 “하락세에 맞춰 자금을 더 투자해 평단가를 낮추는 일명 ‘물타기’를 해도 손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이미 암호화폐 급락세를 겪어본지라 예전보다는 덤덤한 투자자들도 많다. 한 투자자는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워낙 커 폭락장에 사서 회복장에서 파는 루틴이 생겼다. 지금은 매수 타이밍”이라고 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그동안 흐름을 보니 장기적으로 보고 존버(이익이 날 때까지 버틴다)하면 다시 상승하더라.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며 “그래서 아예 암호화폐 거래소 앱을 삭제했다.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사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하다”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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