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대표팀 소집일 변경…이기적인 KBL과 힘없는 농구협회의 합작품 [바스켓볼브레이크]

입력 2022-02-08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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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남자농구대표팀 소집일이 이달 16일에서 18일로 변경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KBL의 리그 일정 재조정 탓이다. 서울 삼성과 고양 오리온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랐다. KBL은 연기된 두 팀의 일정을 조정하며 휴식일이었던 17일 2경기(삼성-서울 SK전, 수원 KT-오리온전)를 배치했다. 삼성을 제외한 SK, KT, 오리온에 2명씩의 대표선수들이 포함돼 있다. 대표팀 소집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스케줄이다. 이에 대한농구협회는 대표팀 소집일을 예정보다 이틀 뒤로 미뤘다.

과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KBL은 지난해 12월 대표팀의 국제대회 참가를 고려해 리그 일정을 변경했다. 2월 16일과 17일 배정됐던 총 4경기를 다른 날로 이동했다. 대표팀 소집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보다 앞선 11월 대표팀 감독과 협회 고위관계자가 KBL 사무국장 회의에 참석해 협조를 구했다. 구단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자리였다.

이번에 열릴 대표팀 경기는 2023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예선전이다. 지난해 11월 2경기가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돼 총 4경기를 치러야 한다. 협회는 빡빡한 일정을 고려해 선수 14명 선발과 대표팀 조기 소집을 위해 KBL에 일정 변경을 부탁했다. 대승적 차원에서 양측의 합의가 이뤄졌다. KBL은 2월 16일 대표팀을 소집하기로 했다.

그러나 양측의 합의는 2개월여 만에 휴지조각이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리그 일정이 일부 파행되자 KBL은 약속을 저버렸다. 2월 17일 2경기를 배치했다. KBL은 협회에 이해를 구했지만 통보나 다름없었다. 일부 대표선수를 17일 소속팀 경기에 출전시킨 뒤 대표팀에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16일 소집해도 선수 부족으로 정상 훈련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협회가 대표팀 소집일을 바꿨다.

대표팀 선발과 운영에 대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는 협회도 문제지만, KBL의 일방적 행정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모처럼 협의해 정한 대표팀 일정을 KBL이 일방적으로 무력화했다. KBL은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된 경기들 때문에 기존에 정해진 정규리그 종료일(3월 29일)이 뒤로 밀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또 연기된 경기일정 조정을 KBL이 직접 지휘하지 않았다. 팀간 협의를 통해 연기된 경기일정을 우선 조정하는 형태로 일을 처리했다. 그렇다보니 대표팀 소집일정은 뒷전이 됐다.

18일 소집하는 대표팀이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이틀뿐이다. 그 뒤 월드컵 예선전이 펼쳐질 필리핀으로 출국한다. 김희옥 KBL 신임 총재는 취임사에서 국제경쟁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허울뿐이었다. KBL은 코로나19 여파 속에 리그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데만 몰두할 뿐 국제경쟁력 강화는 안중에도 없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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