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말기 폐부전 환자 ‘폐이식’ 200례 달성

입력 2022-02-17 11:2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 김동관 교수(오른쪽 두 번째)가 1월13일 간질성 폐질환 환자에게 200번째 폐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 서울아산병원

수술 남성, 60대 많아…이식 후 생존율 세계 최고 수준
유기적 다학제 진료 시스템, 집중적인 중환자 관리 성과
서울아산병원의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은 간질성 폐질환을 앓던 환자에게 뇌사자의 폐를 이식해 폐이식 수술 200례를 달성했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2008년 특발성폐섬유증 환자에게 뇌사자 폐를 이식한 이후 지금까지 말기 폐부전 환자들에게 뇌사자 폐이식 199건과 생체 폐이식 1건을 시행했다. 2019년부터는 매년 30건 이상의 수술을 시행해 국내 폐이식 환자 4명 중 1명의 폐이식 수술을 담당하고 있다.

폐는 심장이나 간, 신장 등 다른 장기와 달리 뇌사자 기증이 적어 이식 대기가 길 뿐 아니라 호흡 과정에서 외부 공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감염 위험도 크다. 이식 거부반응마저 심해 이식 후 생존율이 높지 않은 편이다.

폐이식팀의 수술 200례를 살펴보면 남성 환자가 127명, 여성환자는 73명으로 남성이 많았다. 연령별로는 60대가 64명으로 32%를 차지했고, 이어 50대(49명), 40대(29명), 30대(20명), 10대(18명), 10세 미만(10명) 순이었다.

원인질환으로는 폐가 딱딱해지면서 기능을 상실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특발성폐섬유증이 가장 많았다. 그밖에 폐쇄세기관지염,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간질성 폐질환, 중증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폐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환자 중에는 가습기 살균제 부작용으로 심각한 폐 손상을 입은 환자 13명과 코로나19 감염 후유증으로 폐기능을 상실한 환자 10명도 포함됐다. 코로나에 감염돼 폐이식을 받은 환자 중에는 멕시코에서 에어앰블런스를 타고 온 50대 교민도 있었다.

2017년에는 특발성폐고혈압 환자가 부모의 폐 일부를 이식받아 건강을 되찾은 사례도 있었다. 국내 최초로 생체 폐이식 수술이 성공을 거두면서 이를 계기로 살아있는 사람의 폐를 이식받을 수 있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의 이식 후 생존율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0명의 폐이식 환자 중 약 70%는 인공심폐기(에크모)나 기계적 환기장치를 오래 유지한 중증환자였음에도 1년 생존율 80%, 3년 생존율 71%, 5년 생존율 68%, 7년 생존율 60%를 보이고 있다.

세계 유수 폐이식 센터들의 성적을 합한 국제심폐이식학회(ISHLT)의 1년 생존율 85%, 3년 생존율 67%, 5년 생존율 61%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높은 생존율, 유기적 다학제 진료시스템 효과


이처럼 폐이식 생존율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은 배경에는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의 유기적인 다학제 진료시스템이 있다. 폐이식 환자를 중심으로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마취통증의학과, 감염내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장기이식센터, 수술실, 중환자실, 병동 등 모든 의료진이 한 팀을 이뤄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중환자 관리를 시행해 수술 후 출혈이나 합병증을 크게 줄였다.

서울아산병원에는 중증환자 비율이 높아 폐이식 대기 환자들도 에크모나 기계적 환기장치에 장기간 의존한 경우가 많다. 그동안 이러한 환자들에게 폐를 이식하는 건 금기에 가까웠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과감하게 수술을 진행했고 에크모나 기계적 환기장치를 단 고위험 환자도 폐이식이 가능하며 수술 성공률에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폐이식팀 홍상범 교수(호흡기내과)는 “폐이식 수술 환자들은 이식 거부반응과 합병증을 막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데 고도화된 중환자 치료 시스템을 통해 면역억제제 복용을 적절히 조절하고 호흡재활 운동을 도와 장기 생존과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고 있다”고 폐이식팀의 진료과정을 소개했다.

폐이식팀 박승일 교수(흉부외과)는 “다른 장기에 비해 낮았던 폐이식 생존율이 이식 환자 3명 중 2명이 5년 이상 생존할 만큼 크게 향상됐다”며 “앞으로도 폐이식팀의 팀워크와 유기적인 다학제 진료시스템을 바탕으로 더 많은 말기 폐부전 환자들이 새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