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으로 찍은 무협사극 ‘일장춘몽’…거장 박찬욱 감독의 신박한 도전

입력 2022-02-2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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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한 아이폰으로 촬영한 단편영화 ‘일장춘몽’의 주역인 김우형 촬영감독, 주연배우 유해진·김옥빈, 박찬욱 감독, 배우 박정민(왼쪽부터). 사진제공|애플

판소리 마당극 형식 빌린 단편영화
이날치 장영규 ‘스우파’ 모니카 참여
박 감독 “마음껏 노는 잔치판 같다”
‘명장’ 박찬욱 감독이 아이폰을 통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며 신작을 내놨다. 단편영화 ‘일장춘몽’(제작 모호필름)이다. 무협물을 표방한 박 감독의 첫 사극이다.

박찬욱 감독은 동생이자 설치미술가인 박찬경 감독과 함께 ‘일장춘몽’을 스마트폰인 아이폰13으로 촬영, 제작했다. 애플이 세계 각국의 감독들과 함께 단편영화를 선보이는 ‘샷 온 아이폰’(Shot on iPhone)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애플은 이를 자사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영화 배경음악도 애플뮤직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유해진, 김옥빈, 박정민이 출연하는 ‘일장춘몽’은 마을의 장의사가 은인(김옥빈)의 시신을 묻을 관을 만들기 위해 무덤을 파헤치면서 무덤의 주인인 검객(박정민)이 깨어나 벌어지는 소란을 그렸다.

일찌감치 스마트폰 카메라의 영화적 활용에 주목해온 박찬욱 감독은 2011년 박찬경 감독과 함께 ‘파킹찬스’라는 연출팀을 결성, 아이폰으로 촬영한 단편영화 ‘파란만장’을 선보였다. 이 영화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단편 경쟁부문 황금곰상(대상)을 수상했다.

박 감독은 이번에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무협사극 장르에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는 판소리 마당극의 형식을 끌어들였다. 단편영화이기에 가능했던 시도다. 그는 “장편영화로 실험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는 쉽지 않다. 장편 상업영화에서 시도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단편영화의 장점”이라며 “스마트폰 영화이니만큼 더 자유로웠다. 마음껏 노는 잔치판 같은 영화를 구상한 이유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판소리에 코믹함과 세련됨을 덧붙이기 위해 ‘범 내려온다’로 독특한 국악의 매력을 보여준 밴드 이날치의 리더 장영규를 음악감독으로 영입했다. 엠넷 댄스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로 댄스 열풍을 몰고 온 모니카도 안무감독으로 참여했다.

모니카의 팬이라는 박찬욱 감독은 “몇 초 단위로 채널을 오가며 TV를 보는데 ‘스우파’는 고정으로 봤다”면서 “나만 ‘스우파’를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몇 주가 지나니 모두가 그 이야기를 하더라. 사람들이 내가 ‘스우파’를 모르는 것처럼 말하기에 속으로 ‘하, 참! 이제야 알았나?’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스마트폰 영화 촬영에 나선 충무로의 대표적 촬영감독인 김우형 감독은 “도전이라기보다는 경쾌하고 재미있는 작업이었다”면서 “촬영 준비 시간도 짧고 적당한 장소에서 바로바로 촬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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