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 등 KBL 임원 재검증 놓고 엇갈린 주장과 시선…진실은? [최용석의 팁인]

입력 2022-04-20 13:1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는 19일 “현 KBL 집행부 중 총재를 제외하고 사무국을 관장하는 전무이사, 경기 관련 부서를 총괄하는 경기본부장은 이번 시즌 후 재신임 여부가 결정된다. 지난해 집행부 선임 당시 KBL 이사회는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 뒤 재신임 여부를 묻는 조건부 승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KBL은 ‘사실무근’이라고 공식 입장을 전해왔다. KBL 최현식 홍보팀장은 “당시 총회 회의록을 보면 ’원안 가결‘이라 명시돼 있다. 재신임 여부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정정을 요구했다. 또 “총회 이전에 이사간담회가 열린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관한 문서는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1일로 돌아가 팩트를 확인하자. KBL 총재사를 맡은 KCC가 지명한 김희옥 총재의 취임식이 있었던 날이다. 당일 오전 총회가 열렸다. 안건은 임원 보선. KCC가 추천한 오병남 전무이사, 박광호 경기본부장 선임 건이었다.

총회에 앞서 이사들은 따로 회의를 했다. 몇몇 이사들이 요청했다. 정식 이사회가 아닌 간담회였다. 일부 이사가 전무 선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검증 부족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이사들이 강하게 반대한 데는 별도의 이유가 있었다.

드러난 사실로만 보면 오 전무보다는 박 본부장이 더 부적격이었다. 그는 대한농구협회 심판위원장으로 재직한 2014년 ‘심판 구타’로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KBL 심판부를 관장하는 경기본부장이 상위단체에서 심판을 때려 징계를 받은 것이다. 그 자체로 부적격이다. 그러나 당시 이사간담회에 참석한 A이사는 “박 본부장 관련 언급도 있었지만, 박 본부장보다는 오 전무에 대한 검증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KCC가 선임을 강행하려 하자 절충안이 도출됐다. 6개월 후 재검증인데, KCC가 반대했다. 결국 한 시즌 종료 후 재검증으로 합의됐다. 그 뒤 이사들은 총회에 참석했다. 그런데 총회에선 ‘조건부 승인’이 아닌 ‘원안 가결’로 결의됐다. 모양새를 따진 탓이다. 이사간담회에서 뜻을 모았지만 외부시선을 의식해 총회에선 ‘조건부 승인’이 아닌 ‘원안 가결’로 처리했다.

그렇다면 이사간담회 결과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KBL은 “이사간담회 관련 문서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이사는 이사간담회 회의록이 있다고 인지하고 있다. 이사간담회 결과를 문서로 남겼지만, 현 집행부가 이를 부정하기 위해 서류를 없앤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재검증 절차를 시작한 몇몇 구단의 이사들은 현 집행부의 행정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교체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의사를 KCC측에 전달했지만 묵살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총재사인 KCC는 이번 시즌을 치르면서 KBL 집행부의 무능이 드러났음에도 먼저 나설 생각은 없어 보인다.

KBL은 계속 흔들린다. 이번 시즌을 치르면서 방역 매뉴얼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10개 구단은 다수의 확진자 발생으로 고초를 겪었다. 그 여파로 남자농구대표팀은 월드컵 예선전에 출전할 수 없었고, 국제농구연맹(FIBA)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TV 시청률을 비롯한 각종 마케팅 수치는 지난 시즌보다 더 떨어졌다.

이뿐이 아니다. KBL 사무국도 요동친다. 이번 집행부 들어 다수의 직원이 KBL을 떠났다. 계약직에서 정직원으로 신분이 전환된 이도 얼마 버티지 못 했다. 빠져나간 직원의 자리를 땜질하는 식으로 운영 중이다. 정식 인사발령을 공지하지 않은 인사까지 있어 줄서기 논란마저 빚어졌다.

외부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 스폰서십 구축 등 재정적 지원을 받기 위해 회원사들이 돌아가면서 KBL 총재사를 맡고 있다. 그러나 2번째 총재사 만에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이대로라면 KBL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