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에 뜬 ‘7번타자 좌익수 하재훈’…“내가 그리던 내 모습”

입력 2022-05-19 2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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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2회초 타자 전향 후 첫 1군 타석에서 타점을 올린 SSG 하재훈이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3루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가 온 거잖아요.”

SSG 랜더스 하재훈(32)은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원정경기에서 7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장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1군 엔트리에 처음 든 날이었다. 타순이 적힌 전광판을 본 그는 “(이름이) 더 위에 있어야 할 텐데…. 투수일 때는 잠실구장이 좁아 보였는데 타자로 오니까 커 보인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사실 1, 2군을 자주 오갔다 보니 콜업 소식을 들었을 때는 감흥이 크지 않았는데 선발 라인업에 적힌 내 이름을 보고 ‘드디어 뛰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타자로 재전향한 하재훈은 퓨처스(2군)리그 18경기에서 타율 0.211(71타수 15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707, 4홈런, 16타점, 2도루를 기록했다. 5월 7경기에선 타율 0.258(31타수 8안타)로 기대를 키웠다. 김원형 SSG 감독은 “타율은 높지 않아도 변화구 대처능력과 타구의 질이 좋다”며 “이번 기회에 한 번 1군 엔트리에 등록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봤다. 지금이 한 번 뛰어볼 기회라고 봤다”고 밝혔다.

첫 타석부터 기대에 부응했다. 2회초 1사 1·3루서 두산 선발투수 최승용으로부터 선제 1타점 적시타를 뽑았다. 1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4구째 커브를 받아쳐 3루수 옆으로 빠지는 안타를 만들었다. SSG 동료들은 기념구를 챙겨줬다. 2번째 타석이던 3회초 2사 만루선 3루수 땅볼에 그쳤지만, 이전 타석과 마찬가지로 강한 타구를 날렸다. 벤치는 8회말 수비 때 하재훈을 김성현과 교대해줬다. SSG는 선발등판한 윌머 폰트(7이닝 3실점)와 타선의 힘으로 9-3으로 이겼다. 2연승이다.

오래 시간 바라온 하루다. 미국에서도 이날을 기다렸다. 커리어 전반을 타자로 뛴 하재훈은 지난해 11월 다시 타석에 서기로 결심했다. 2019년에는 36세이브로 구원왕도 차지했지만, 더는 미련이 없다. 그는 “미국에 있을 때 한국에서 야구하는 내 모습을 그려보곤 했다. 그 때 그린 내 모습은 야수였다. 그래서 더 설렌다. 이제 그 무대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기회가 왔다. 그만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전은 지금부터다. 1군에서 기회도 늘어날 전망이다. 김 감독은 “(한)유섬이가 빠지면 선발출장할 외야수들이 좌타자들뿐이다. 그런 와중에 우타자인 (하)재훈이가 퓨처스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당장은 주전의 체력안배가 필요한 상황이나 상대 투수에 따라 기용 여부가 정해지겠지만, 비중을 늘려가는 것은 하재훈의 몫이다. 타자 하재훈의 시간이 다시 시작됐다.

잠실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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