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군단’ 브라질의 벽은 높았다…벤투호, WC 예방주사 맞았다 [현장 리뷰]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축구대표팀과 브라질 경기에서 5-1 승리를 거둔 브라질 선수들이 팬들에게ㅔ 인사하고 있다. 상암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국축구가 ‘세계 최강’의 벽을 실감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과 친선경기에서 1-5로 완패했다. 사력을 다했고, 황의조(보르도)의 골로 1-1 동점까지 만들어봤지만, 뚜렷한 실력차 속에 상대전적은 1승6패로 더 벌어졌다.

11월 개막할 2022카타르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벤투호’로선 값진 보약으로 삼아야 할 한판이었다. 작은 실수를 줄이며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 열정만으로는 월드컵 선전이 담보될 수 없다는 평범한 이치를 새삼 깨닫는 계기였다.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3골로 ‘골든부트’를 수상한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침묵한 가운데 온 몸을 던지며 선방 쇼를 펼친 골키퍼 김승규(가시와 레이솔)의 퍼포먼스가 가장 빛났다는 사실은 그만큼 위기가 많았다는 얘기다.

월드컵 본선에 개근하고, 최다 우승(5회)을 자랑하는 브라질은 역시 강했다. 전반 초반부터 빠른 템포와 강한 압박으로 ‘벤투호’를 쉴 새 없이 몰아세웠다. 비록 오프사이드로 판정됐지만 전반 1분 하피냐(리즈)의 프리킥을 받은 티아고 실바(첼시)의 헤더 슛으로 기선을 제압하더니 6분 뒤 히샬리송(에버턴)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전날(1일) 팀 훈련 도중 오른발을 다쳤음에도 선발 출전한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도 무시무시했다. 차원이 다른 개인기에 속도까지 장착한 그는 후반 33분 교체될 때까지 세트피스를 전담하면서도 안정적인 볼 배급과 공격 루트 개척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황의조가 전방에 서고 손흥민과 황희찬(울버햄턴)이 공격 2선에 포진한 한국도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강호를 상대로 우리의 플레이를 펼치겠다”던 벤투 감독의 의지대로 틈틈이 기회를 창출하려고 했다. 그렇게 전반 31분 황희찬의 전진 패스를 황의조가 짜릿한 동점골로 연결했다.

수세 속에 어렵사리 얻은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진 못했다. 김민재(페네르바체)의 부상 이탈로 변화를 줘야 했던 수비라인이 불안정했다. 무엇보다 좌우 풀백으로 나선 홍철(대구FC)과 이용(전북 현대)은 매서운 상대의 화력을 막아내느라 제 타이밍에 오버래핑을 하지 못했고, 실수마저 잦았다. 브라질의 강한 기운에 짓눌려 평범한 볼 처리에도 애를 먹었다. 중앙미드필더 정우영(알 사드)과 백승호(전북) 역시 ‘1차 저지’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3선에서 공격 2선의 중심에 나선 황인범(FC서울)도 2% 부족했다.

역시 네이마르였다. 전반 42분 비디오판독(VAR) 끝에 이용의 파울로 선언된 페널티킥(PK)을 성공시켰고, 후반 12분에는 중앙수비수 김영권의 파울에서 비롯된 PK를 다시 차 넣었다.

브라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반 30분 필리페 쿠티뉴(애스턴빌라)가 교체 투입되자마자 추가골을 성공시킨 뒤 후반 추가시간 가브리엘 제주스(맨체스터시티)가 5번째 비수를 꽂았다.

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