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박성한. 스포츠동아DB
유격수 포지션의 특성까지 고려하면, 3할 타율은 박성한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요소다. 유격수는 수비가 강조되는 포지션이다. 내야에서 가장 넓은 수비범위를 책임지는 특성상 안정감은 필수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좋은 유격수의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 유격수로 300이닝 이상 소화한 6명 중 가장 높은 타구처리율(91.58%)을 기록 중이다.
박성한은 고교 시절부터 수비 하나는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프로무대에선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전반기에만 15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이 기간 리그 전체에서 2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강점으로 평가받았던 수비가 흔들리면 활용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5월에는 0.352의 월간 타율을 기록하고도 9개의 실책 탓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6월 타율이 0.224로 곤두박질한 이유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이는 박성한이 유격수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지난해 6월부터 2020도쿄올림픽 휴식기 전까지 범한 실책은 2개에 불과했다. 그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휴식기 동안 손지환 SSG 수비코치와 함께 기본기부터 다시 정립했다. 송구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포구와 풋워크 향상에 집중했다. 후반기 실책은 전반기의 절반 수준(8개)으로 줄었다. 외국인타자를 유격수로 뽑았던 시절(2016년 헥터 고메즈)도 겪었던 SSG의 숙원사업인 ‘유격수 육성’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SSG 손지환 수비코치. 사진제공 | SSG 랜더스
손 코치는 이 때를 돌아보며 “올림픽 휴식기에 한 달 가까이 쉬면서 전반기에 드러났던 문제점을 기본기, 글러브 핸들링부터 다시 정립했다”며 “송구는 원체 좋았으니 포구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기본기에 중점을 두고 움직였는데, 본인이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많은 게 달라졌다. 손 코치는 “스스로 수비위치를 선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야와 파울지역에 뜬공도 걱정하지 않는다”며 “높이 떠서 잘 보이지 않는 공들이 많은데, 박성한은 머리 위로 떠서 날아가는 공도 정말 잘 잡는다. 공이 뜨면 굳이 상황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다. 팀에 주전 유격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고 흐뭇해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