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전 AS 2개’ 집념의 김진수, 생애 첫 WC ‘성큼’…시련이 키운 야망 [사커피플]

입력 2022-06-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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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집트의 친선경기에서 한국 김진수가 패스를 연결하고 있다. 상암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국-이집트의 축구 A매치가 열린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0-0으로 팽팽한 전반 16분 왼쪽 풀백 김진수(30·전북 현대)가 정확한 크로스를 띄웠다. 날카로운 궤적으로 넘어온 볼을 황의조(30·보르도)가 껑충 뛰어올라 헤더로 마무리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던 파울루 벤투 축구국가대표팀 감독(포르투갈)도 두 팔을 힘차게 흔들며 감정을 표출했다.

대표팀은 멈추지 않았다. 3-1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김진수가 차 올린 크로스를 권창훈(28·김천 상무)이 다시 헤더 골로 연결했다. ‘벤투호’가 브라질(1-5 패)~칠레(2-0 승)~파라과이(2-2 무)~이집트(4-1 승)로 이어진 6월 A매치 4연전을 무사히 마무리한 순간, 택배 크로스로 어시스트 2개를 기록한 김진수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이번 A매치 시리즈는 몹시 특별했다. 11월 개막할 2022카타르월드컵 본선에 나설 대표팀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한편 선수들에게는 최종 엔트리 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테스트 무대였기 때문이다.
축구선수 모두가 바라는 월드컵 출전이지만, 김진수에게는 꿈 이상의 의미가 있다. 눈앞에서 두 번이나 눈물을 흘렸기에 카타르를 향한 집념은 대단하다.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대회를 앞두고 그는 부상 불운에 좌절했다. 8년 전에는 발목, 4년 전에는 무릎을 다쳐 본선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래서 월드컵 시즌에 들어있는 자신의 생일(6월 13일)은 마냥 행복한 기억이 아니다. TV 화면으로 대표팀 동료들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대~한민국”을 외쳤지만, 간간히 찾아온 ‘내가 있을 곳은 이곳(병상)이 아닌, 저곳(월드컵 개최지)인데’라는 아픈 감정은 참으로 억누르기 어려웠다.

다만 김진수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가 있었다. ‘좌절’, ‘포기’다. 거듭된 고통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오뚝이처럼 일어서고 또 일어섰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또 다시 월드컵 시즌이 다가왔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과 이집트의 경기에서 한국 황의조(왼쪽)가 선제골을 성공시킨 후 김진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상암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예나 지금이나 김진수의 탄탄한 대표팀 내 입지는 바뀌지 않았다. ‘벤투호’가 불안한 수비로 어려움을 겪지만, 왼쪽 풀백 한 자리는 지금으로선 큰 변수가 없는 한 그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그 변수는 ‘부상’이다.

다행히도 2022년의 생일은 우울하지 않았다. 그 대신 희망으로 가득 채웠다. 빡빡한 K리그1 일정 때문에 컨디션이 온전치 않아 브라질~칠레전을 건너뛴 김진수는 파라과이전에선 리듬을 되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집트전에선 제 몫을 다 했다. “월드컵은 내게 도전이다. 다치지 않고 최선의 컨디션으로 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대표팀 여정을 무사히 마친 그는 또 한번 기로에 선다. 진로 문제다. 이달 말이면 전북과 임대계약이 종료된다. 전북은 측면 지배자의 잔류를 원하나, 칼자루는 알 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가 쥐고 있다. 잔류와 복귀 중 어떤 길이 열리든 분명한 점은 ‘월드컵 한풀이’를 위해선 아프지 않고 지금의 퍼포먼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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