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치 상황에서 나온 홈런” 최다 홈런 페이스 이정후, 결과보다 주목한 과정

입력 2022-06-20 16:2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키움 이정후. 스포츠동아DB

“나는 홈런에 대한 로망이 없는 타자다.”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24)의 이 한마디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야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홈런. 아무리 많은 기록이 나와도 그는 숫자에는 큰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이정후는 20일까지 올 시즌 65경기에서 타율 0.337, 11홈런, 46타점, 37득점, 장타율 0.538을 기록했다.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일찌감치 밟은 것은 물론 6월 들어 16경기에서 5홈런을 때려 자신의 한 시즌 최다홈런기록(15개) 경신 가능성도 크게 높이고 있다.

데뷔 이래 가장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지만, 이정후는 여전히 홈런이란 ‘결과’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홈런을 치는 ‘과정’에 가장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는 “시즌 첫 홈런부터 10호 홈런까지를 찾아보니 점수차가 벌어졌을 때 친 게 없었다. 동점 아니면 역전 홈런이 대부분이었는데, 모두 다 클러치 상황에서 나온 홈런이었다. 그게 10홈런을 때린 것 자체보다 더 뜻 깊었다”고 밝혔다.

이정후가 홈런 수치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장타에 과한 욕심을 부리다가 자신의 장점인 정확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그는 “나는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드는 타자다. 그런데 홈런을 먼저 생각하면 헛스윙이 많아지고, 빗맞은 팝 플라이도 많이 나오더라. 그 때문에 홈런을 노리기보다는 내 장점인 정확도를 살리는 게 낫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장타력을 키우기 위해 2020시즌 벌크업을 감행하며 15홈런을 날린 바 있다. 장타력을 크게 높인 가운데 시즌 타율은 0.333을 마크했다. 그런데 그는 2020시즌보다는 타격왕을 차지한 2021시즌 기록(0.360)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정후는 “2021시즌을 치르면서 나의 타격 메커니즘이 확립됐다. 나는 홈런에 대한 로망이 없는 타자다. 다만 내겐 안타나 타율에 대한 로망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OPS(출루율+장타율)를 많이 보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야구에서 타율과 안타의 상징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본다. 그 때문에 여기서 홈런을 더 친다고 해도 크게 와 닿지는 않을 것 같다”며 정확도 높은 타격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타자에게 가장 돋보이는 기록으로 여겨지는 홈런도 이정후에게는 그저 안타의 일부분일 뿐이다. 더불어 홈런 숫자보다는 홈런이 나온 ‘클러치 상황’을 더 중시한다. ‘타격천재’는 단순히 보이는 기록보다는 그 속에 숨은 내용에 더 집중하고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