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고승민.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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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투수를 상대하든 ‘좋은 안타’를 치기 위해 노력합니다.”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22)은 강한 타구를 자주 만들어내는 타자다. 롯데 R&D팀에 따르면, 팀 내 평균 안타 타구속도(시속 157.2㎞)는 한동희에 이어 2위다. 규정타석의 20% 이상을 소화한 리그 전체 타자들 중에선 상위 5% 안에 든다. 시즌 초반에는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심리적 부담을 고려한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그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면서 “퓨처스(2군)팀에서도 지금과 같이 강한 타구를 만드는 연습을 꾸준히 하길 바란다”고 격려했었다.


롯데는 고승민에게 많은 하드히트(타구속도 95마일 이상·약 153㎞ 이상) 생산을 기대한다. 5월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그가 터트린 첫 홈런 역시 뛰어난 타구의 질이 돋보였던 아치다. 다소 낮은 발사각(21도)에도 빠른 타구속도(176.8㎞)로 담장을 넘겼다. 강한 타구 생산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 한방이었다.


10일 수원 KT 위즈전에선 데뷔 첫 연타석 아치를 그렸다. 3-0으로 앞선 4회초 1사 1루선 KT 선발투수 배제성의 슬라이더를 우월 2점홈런(타구속도 168.5㎞)으로 연결했다. 비거리 130m에 달하는 대형 홈런이었다. 6회초 1사 1루선 구원투수 엄상백의 몸쪽 높은 체인지업을 가볍게 걷어냈다. 타구(161.5㎞)는 빨랫줄처럼 뻗어 우측 폴대 옆에 강하게 꽂혔다.


고승민은 “나는 홈런을 치는 유형의 타자가 아니다. 강하게 쳐 임팩트를 주려고 했다”면서도 “치고 나서 ‘정확히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홈런이 될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정확히 맞혔으니 멀리 갈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롯데 고승민.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롯데 고승민.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다시 보여줄 일만 남았다. 지난 한 달간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6월 2일 사직 LG 트윈스전에서 나온 실수가 컸다. 고승민은 2-1로 앞선 7회초 이형종의 높이 뜬 타구를 잡으려다 놓친 뒤 볼보이에게 건넸다. 공이 페어지역을 벗어나 파울이 됐다고 착각했다. 롯데는 이 실수로 동점을 허용한 뒤 결국 2-2로 비겼다.


고승민은 “그 일이 있고 난 뒤 선배들이 내게 와 ‘괜찮다’면서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덕분에 큰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후 경기에 나가면 ‘팀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타구의 질을 생각하는 마음은 똑같다. 고승민은 “어떤 투수를 상대하든 ‘좋은 안타’를 치기 위해 노력한다”며 “타구 만족도는 아직이다. 좋은 타구가 나오긴 했지만 앞으로 더 많이 나와야 한다. 발사각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타이밍을 제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좋은 타이밍에 맞히면 타구속도와 발사각도 잘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