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선빈(왼쪽), 나성범. 스포츠동아DB

KIA 김선빈(왼쪽), 나성범. 스포츠동아DB


7회 이후, 2점차 이내의 상황은 승부의 분수령이다. 뒤지고 있는 공격 팀은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모든 것을 쏟아내 동점 이상을 노려야 한다. 반대로 앞서고 있는 수비 팀은 가장 강력한 투수를 내보내 실점을 막아야 한다.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기에 기본 기량을 뛰어넘는 집중력과 강심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KIA 타이거즈 김선빈(33)과 나성범(33)이 주목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 시즌 내내 꾸준함을 자랑하는 데다 승부처에서도 남다른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은 나란히 올 시즌(26일 기준) 7회 이후, 2점차 이내일 때 10개 구단 타자들 중 가장 많은 20개의 안타를 뽑았다.

이 상황에서 타율도 김선빈이 0.370(54타수 20안타), 나성범이 0.357(56타수 20안타)에 달한다. 김선빈이 0.292, 나성범이 0.314의 시즌 타율을 기록 중인 사실을 고려하면, 이들이 승부처에서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득점권 타율은 0.299(나성범), 0.269(김선빈)로 3할을 밑돌지만, 긴박한 순간에 안타를 쳐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담이 큰 상황에서 많은 안타를 때릴 수 있다면 팀에는 굉장한 힘이 된다. 올 시즌 나성범은 7차례, 김선빈은 4차례 결승타를 쳐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장점 또한 확실하다. 김선빈의 헛스윙 비율은 2.8%에 불과하다. 리그 평균 기록인 9.3%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낮은 수치다. 나성범은 박병호(KT 위즈)와 더불어 리그에서 가장 많은 41개의 장타를 날리며 득점생산력을 높였다. 2루타 26개, 3루타 2개, 홈런 13개를 터트렸다. 김선빈이 탁월한 선구안을 발휘해 출루하면, 나성범이 득점 확률을 높이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KIA 소크라테스. 스포츠동아DB

KIA 소크라테스. 스포츠동아DB


KIA로선 또 한 명의 승부사가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코뼈 골절로 5일 수술을 받은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8월 초 복귀할 전망이다. 소크라테스는 7회 이후, 2점차 이내일 때 홈런 2개를 포함해 19개의 안타를 쳤고, 타율도 0.380에 이른다. 승부처에서 KIA 타선과 맞붙는 상대 배터리는 3명의 승부사와 ‘멘탈 게임’까지 펼쳐야 한다.

이처럼 올 시즌 KIA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타선이다. 김종국 KIA 감독 역시 “공격은 나무랄 데가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팀 출루율(0.351) 1위, 타율(0.270)과 득점(446점) 2위, 홈런(72개) 공동 3위의 기록만으로도 강력함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승부사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으니 더 든든하다. 5회까지 뒤지던 경기에서 리그 최다인 10승(28패)을 거둔 것도 승부사들의 역할이 컸다는 방증이다. 그 중심에 김선빈과 나성범이 있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