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관중 앞에서 참패한 서울…수원의 복수 열망이 상암벌을 삼켰다 [현장리포트]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에서 수원 오현규가 세 번째 골을 성공시킨 후 이기제의 축하를 받고 있다. 상암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K리그에는 많은 라이벌 매치가 있다. 그 중 백미는 K리그1(1부) FC서울-수원 삼성의 ‘슈퍼매치’다. 두 팀이 충돌할 때마다 숱한 사건사고가 함께 했다. 당장 6월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선 수원 팬들이 서울의 중학생 팬을 위협해 큰 충격을 안겼다.

피치라고 다르지 않다. 선수들의 허슬플레이는 기본이고, 벤치 충돌로 난투극도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일방적이었다. 서울이 올 시즌 2승을 포함해 3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안익수 감독이 서울 지휘봉을 잡은 뒤 수원은 웃지 못했다.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29라운드는 리그 통산 98번째 슈퍼매치였다. 비슷한 순위(서울 8위·수원 9위) 속에 홈 이점은 물론 앞선 10경기에서 7승(1무2패)을 챙긴 서울이 유리해 보였다.

그러나 예상을 빗나갔다. 복수에 목마른 수원이 훨씬 강했다. 완벽한 경기력으로 3-1 완승을 거두고 승점 33(8승9무12패)을 쌓은 수원은 서울(9승9무11패·승점 36)과 간격을 좁히며 파이널라운드 그룹A(1~6위) 진입의 희망을 살렸다. “치고 올라갈 기회를 (서울에 지며) 번번이 놓쳤다. 절실하고 과감해야 한다. 빅매치는 정신적 준비가 최우선”이라며 멘탈을 강조한 이병근 수원 감독의 의지가 통했다.

선제골도 빨리 터졌다. 전반 27분 이기제의 칼날 크로스를 오현규가 슬라이딩 골로 연결했다. 4분 뒤 코너킥 상황에선 이기제의 크로스를 받은 안병준이 헤더 골을 명중시켰다. “일류첸코, 나상호를 보유한 상대 공격도 뛰어나지만 우리도 안병준, 오현규 등이 득점을 꾸준히 터트렸다. 앞선 경기와는 다를 것”이라던 이 감독의 기대대로였다.

또 다른 변수는 서울 후방에 선 베테랑 박동진이었다. 수비진의 줄 부상으로 인한 플랜B는 악수가 됐다. 수비수로 입단했으나 대부분의 커리어를 공격수로 보낸 박동진은 수원의 빠른 전진과 측면 공략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이후 최다이자 올 시즌 가장 많은 팬 1만6333명을 끌어들인 서울의 악몽은 계속됐다. 거친 파울을 반복한 나상호가 후반 초반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해 수적열세에 몰렸다. ‘되는 날’을 맞은 수원은 이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후반 18분 오현규가 쐐기포를 박았다. 후반 막판부터 쏟아진 장대비는 수원에는 축복, 서울에는 슬픔의 눈물이었다.
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